중국은 IT기업 '증시 리쇼어링' 추진…중국 복귀 검토 피력
미국·홍콩 증시 상장된 IT기업 CDR 발행 통해 우회복귀 추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IT기업들이 자국 주식시장으로 복귀(리쇼어링·Re-shoring)를 검토 중이다.
7일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최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 중인 IT기업인들이 잇따라 중국 A주(내국인 거래 주식) 시장으로 돌아올 뜻을 내비쳤다.
전인대 대표인 마화텅(馬化騰) 텐센트(騰迅) 회장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해 기자의 물음에 "조건만 성숙하면 A주 시장에 돌아오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텐센트는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2005년부터 상장돼 있는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도 "바이두의 모든 주식을 중국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되길 줄곧 희망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두가 고객과 시장을 모두 중국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주주도 중국에 있는 것이 한결 이상적"이라며 "정부정책이 복귀를 허용하면 바이두는 조기에 중국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협 위원인 딩레이(丁磊) 넷이즈(網易)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2일 A주 시장 복귀와 관련된 질문에 "당연히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딩 CEO는 넷이즈가 나스닥시장에 상장된지 18년됐는데 여지껏 한번도 거래가 중단된 적이 없다면서 A주 시장의 주식거래 중단 조치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당국에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리옌훙 회장은 복귀 조건으로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 지분관계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 문제의 해소를 거론했다. 리 회장은 "당시 바이두가 나스닥 상장을 택한 이유는 중국내에서 VIE 구조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당국은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들에 엄격한 수익지표 요건을 부과하고 있어 주요 IT기업들이 창업 초기에 보편적으로 해외 시장 상장을 선택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IT 트리오부터 신랑(新浪·시나), 써우후(搜狐), 넷이즈 등 인터넷 포털들까지 모두 해외에서 기업공개의 길을 걸었다.그러나 이제는 중국의 IT기업들이 최근 중국 증권감독당국의 '등쌀'에 자국 증시로 복귀를 적극 검토 중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샤오미(小米)도 올 하반기에 A주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유력 경영잡지 '중국기업가'는 최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고위관계자가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과 면담을 갖고 샤오미가 충분히 성장한 만큼 이제 A주 시장으로 복귀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도입 예정인 중국예탁증서(CDR·Chinese Depositary Receipt) 발행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들 기업이 중국 시장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주식예탁증서(ADR)와 유사한 CDR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중국 은행이 특정 외국주식에 일정한 수를 표시해 발행한 증서를 본토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것이다.
중국 증감회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징둥(京東), 씨트립(携程), 웨이보(微博), 넷이즈, 순위(舜宇) 등 홍콩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8개 기업을 우선적인 CDR 발행 대상으로 확보하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HSBC, 구글 등 외국기업들도 CDR 제도를 빌어 A주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발행 거래량이 미미해 가격 변동 가능성이 크고 감독관리 규정이 아직 완비되지 않은 점에서 CDR은 아직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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