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첫 정상회담 데뷔…외교보폭 본격 넓힐까

입력 2018-03-07 11:20
수정 2018-03-07 11:28
김정은, 첫 정상회담 데뷔…외교보폭 본격 넓힐까



2013년 방북 몽골 대통령도 안만나…중·쿠바·시리아 대표단 7차례 만난게 전부

김정일,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中·러와 정상외교

<YNAPHOTO path='PYH2012080314290001300_P2.jpg' id='PYH20120803142900013' title='' caption='2012년 방북한 당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남북이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 데뷔전이 한반도에서 이뤄지게 됐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외국 인사를 만난 건 7차례 정도다.

2012년 8월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면서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했고 이후 중국과 쿠바, 시리아 등의 대표단을 평양에서 만났다.

그러나 외국 정상과 만나거나 회담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3년 10월 방북했던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하고 김 위원장은 만나지도 못한 채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하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나면 보다 적극적으로 정상외교 행보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4월 남북간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 직후인 5월 말 중국을 방문해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을 했다. 아무래도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자신들의 우방인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어 같은 해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쪽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대북제재 참여로 관계가 멀어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에게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하겠다는 용의를 표명한 만큼 앞으로 대화 과정에서 중국의 측면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과정에서 북한 편을 들어준 러시아를 찾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이달 중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데 푸틴 대통령의 연임이 거의 확실한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해 대통령 재임을 축하하고 북러관계의 강화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7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자신감을 확보하고 미국과 대화를 시작해서 정세가 안정되면 적극적인 외교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자신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중국·러시아와 외교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논평에서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세계를 건설하려는 주체조선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외교지형이 김 위원장의 외교적 보폭 넓히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북한을 옥죄고 있는 경제나 외교적 제재는 지속할 수밖에 없어 주변국이 선뜻 김 위원장의 손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동 중단 요구를 무시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며 "이러한 외교적 갈등을 봉합하고 정상외교에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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