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왜 '4월말'인가…'여건 성숙' 고려한 듯

입력 2018-03-07 10:43
수정 2018-03-07 10:56
남북정상회담 왜 '4월말'인가…'여건 성숙' 고려한 듯

"북미대화 시간 주면서도 모멘텀 잃지 않기 위한 택일"

북미대화 삐걱대면 정상회담이 새 동력…연합훈련 등도 고려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남북이 제3차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을 '4월 말'로 합의한 배경이 주목된다.

당초 남북정상회담 개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와 북미대화 등에 있어 예상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일각에서 예상하던 올해 중·하반기보다 훨씬 빨리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됐다.

4월 말 정상회담 개최까진 앞으로 한 달 보름 정도가 남았다. 이는 2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북은 2007년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당초 '8월 28∼30일' 개최에 8월 5일에 합의했었다. 이 회담은 북한이 수해복구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10월 4일에 열렸는데, 당시 회담이 임기 말에 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지만 준비 기간이 한 달도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당시는 평양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돼 신경 쓸 게 많았지만, 이번엔 판문점에서 열려 경호 등에 있어 준비할 것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남북이 원했다면 개최 시기를 4월 말보다도 더 당길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데도 4월 말에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한 방북 초청 의사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말했는데, 이는 '북미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에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북미 간 대화가 시작돼야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나 비핵화에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미대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정상회담을 5월 이후로 미루면 지금의 대화 동력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6월 15일'이나 광복절(8월 15일)까지 기다리기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너무 긴박하다는 것이다.

만약 북미 간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신속하게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미 간에 대화를 시작할 시간은 주면서 지금의 모멘텀을 잃지 않기 위해 최대한 정상회담을 빨리 개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이 4월 초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택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물론 훈련이 대폭 조정되지 않는 한 4월 말에도 훈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작할 때보다는 긴장감이 상당히 잦아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연합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대화가 지속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4월 말 정상회담'은 적어도 이때까지는 북한의 도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행사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하는 김일성 생일(태양절)이 4월 15일이어서 그 전에 정상회담을 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1948년 4월 말에 평양에서 김구, 김일성 등이 참석한 남북연석회의가 열렸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가 남북연석회의 70주년"이라며 "북한이 연석회의의 의미를 이어받자는 주장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해 날짜를 골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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