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촉발 안태근 한달 넘게 사법처리 미정…'셀프수사' 한계
검찰 성추행 조사단, 총장 보고 후 사법처리 결정 미루고 보완수사 결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까지 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사장의 사법처리 결정을 뒤로 미루고 보강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지난 1월 말 서 검사의 폭로에서 시작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한 달 넘도록 결론에 이르지 못하자 의혹 당사자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진원지에 대한 검찰 조사단의 수사는 제자리걸음이어서 '셀프수사'의 한계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7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전날 밤 회의를 열고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개입 의혹에 관한 수사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6일 오후 문 총장에게 수사경과를 보고했고, 문 총장은 다소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며 관련 수사를 보강하자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안 전 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와 기소 여부 등 구체적인 사법처리 방향을 정하는 일은 뒤로 미뤄졌다.
조사단은 지난 1월31일 공식 출범하면서 곧바로 안 전 검사장을 출국 금지하는 등 성추행 및 인사개입 의혹 수사에 돌입했다.
서 검사의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참고인 조사가 한 달 넘도록 진행됐고, 법무부 검찰국과 검찰국 소속이었던 부장검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안 전 검사장의 인사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도 확보했다.
안 전 검사장의 소환 조사도 이미 지난달 26일 이뤄졌다. 외견상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만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검찰이 보완수사 결정을 내리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 속도가 너무 더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피해자인 서 검사 측은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 검사는 전날 대리인을 통해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사실관계만이라도 조속히 확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조사단에 전달했다.
안 전 검사장 사건을 둘러싼 광범위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 결정이 늦춰지는 것은 확실한 증거를 여태 찾지 못했거나 검찰 내부에서 견해가 충돌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조사단이 인사개입 의혹을 핵심 혐의로 두고 있다는 점이 사실상 드러난 상황에서 사법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 안 전 검사장과 다른 의혹 관련자들이 입을 맞출 우려가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조사단은 서 검사 측이 인사 불이익의 근거가 됐다고 주장하는 2014년 사무감사 관련 내용과 2015년 8월 통영지청 인사 발령 경위 등을 보강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의혹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조사를 마친 참고인도 필요할 경우 재조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 전 검사장이 재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성추행 의혹 폭로 후 서 검사를 둘러싼 '2차 가해' 부분도 조사단이 보완수사할 대상으로 꼽힌다.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근무했던 A 부장검사가 검찰과 소속이었던 B 검사를 통해 서 검사의 인사기록을 유출했다는 의혹 등이 규명 대상이다.
서 검사가 지난해 본인의 문제와 관련해 면담했던 법무부 간부에 대해 "면담 이후 허위사실을 윗선에 보고하고 면담 내용을 유포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를 요청함에 따라 조사단은 관련 내용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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