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사실상 핵개발 잠정중단…탐색대화 조건 마련"(종합)

입력 2018-03-07 08:08
미 전문가들 "사실상 핵개발 잠정중단…탐색대화 조건 마련"(종합)

가우스 "비핵화 테이블 올린 건 진전", 매닝 "틸러슨 평양 가야"

스나이더 "김정은, 정권 생존 보장받으면 핵무기 필요 없을 것"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6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 대화' 용의를 보인 점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비핵화를 북미 간 대화의 의제에 포함할 가능성을 연 것만으로도 오랫동안의 교착 상태를 거듭해온 북핵 협상 국면에 돌파구가 조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조건부 핵·미사일 도발 중단 의사를 밝힌 부분을 사실상의 '핵 프로그램 모라토리엄(잠정중단)'으로 규정하면서 북미 간 '탐색적 대화(exploratory talks)'에 착수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앞으로 북한이 한국을 통해서뿐 아니라 직접 미국 정부에 이번 제안의 의도를 상세히 설명하는 동시에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병행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서면인터뷰에서 "북한이 북미 협상이 지속하는 동안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모라토리엄"이라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또 "북한이 공식으로 직접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미국 입장에서 탐색 대화의 1회전을 시작할 타당한 조건을 충족한다"며 렉스 틸러슨 장관이 당장 평양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언론을 통 전해진 북한의 입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탐색 대화'라도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 박사는 "미국과의 협상에 들어가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흔쾌히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게 새로운 것"이라며 "이것은 진전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이번 제안을 결국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고 양보하고 나선 것으로 선전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우스 박사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조건부 중단 의사를 모라토리엄 성격으로 규정하면서도 북한은 미국·한국과의 협상에서 얻어낼 게 없다고 판단한다면 언제든 이를 철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북한 스스로 핵과 미사일 시험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중요한 잠재적 발전으로 협상을 위한 긍정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또 "북한은 중재역으로 워싱턴DC에 오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통한 미국과의 소통뿐 아니라 직접 그들의 의도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실제로 핵 폐기 의지를 보인 것이냐는 데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가우스 박사는 "갈 길이 멀다. 북한 정권은 억제력이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본다"면서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 폐기를 진지하게 시작하는 데는 많은 당근과 신뢰 구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의 솔직한 목적은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핵으로 위협하는 것보다 생존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는 것을 얻는다면 더는 핵무기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비핵화를 한다면 모든 게 가능하지만, 비핵화가 없다면 아무 것도 안된다고 김정은에게 얘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전적으로 북한의 행보에 달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우스 박사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진정으로 전제조건 없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선다면 가능하다"고 했고, 매닝 연구원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에 구체적인 진척이 이뤄진 뒤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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