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회담서 이례적 비핵화 언급…6년만에 의지표명

입력 2018-03-06 22:22
北, 남북회담서 이례적 비핵화 언급…6년만에 의지표명

2012년 '2·29 합의' 이후 공식회담서 첫 비핵화 표명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전환하기 위한 '깜짝카드'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별사절단과의 면담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북한은 남측이 회담 의제로 비핵화 문제를 꺼낼 때마다 핵문제는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라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에서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2012년 '2ㆍ29 합의' 때가 마지막이었다. 북한이 공식 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6년여 만인 셈이다.

대북특사단은 6일 저녁 발표한 방북결과 언론발표문을 통해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고 밝혔다.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대북특사단은 전했다.

북미대화에서 비핵화는 의제가 아니며 핵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대등하게 핵 군축협상을 해야 한다는 그동안의 입장에서 벗어나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비핵화는 최근 미국이 지속적으로 밝힌 북한과의 대화 재개 조건이기도 했다.

과거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직후인 2012년 2월 하순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등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 식량(영양) 지원을 골자로 한 2ㆍ29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북미는 북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2005년 6자회담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의 이행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그해 4월 북한이 인공위성 확보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 실험을 하면서 2ㆍ29 합의는 파기됐고, 이후 북한은 공식회담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

오히려 북한은 2013년 1월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가증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으로 말미암아 자주권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며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등과의 진지한 대화 시도 없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만 골몰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5월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이 항구적 전략노선임을 분명히 한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같은 해 7월 6일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무기 사용권을 보유한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주변의 비핵화 등을 골자로 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 실현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핵 군축협상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으로 당시 평가됐다.

이처럼 비핵화 문제에 완고한 입장을 보이던 북한의 태도 전환은 장기간 이어진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대화구도로 전환하기 위한 '깜짝 카드'로 풀이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파격이고 예상을 뒤엎은 것"이라며 "(북한은) 북미대화를 통해 판을 바꾸려는 생각이다. 당장 비핵화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을 수는 없지만, 모라토리엄을 통해 북미 관계를 지금 대결구도에서 대화구도로 바꾸는 것이 일단 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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