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 최태웅 감독 "결과보다 과정의 힘을 믿었다"
"초반 위기 돌파하면서 쌓인 저력이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
챔프전 밑그림 80% 이상 구성 "삼성화재·대한항공과 전력차 거의 없어"
(천안=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최태웅(42) 감독은 시즌 초반 위기를 돌파하면서 쌓인 저력이 정규리그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현대캐피탈은 6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를 세트 스코어 0-3으로 마친 뒤 정규리그 우승 시상식을 했다.
지난달 27일 3위 대한항공이 대전에서 2위 삼성화재를 꺾어준 덕분에 앉아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이날 비로소 홈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최 감독은 시상식 이후 취재진과 만나 "우승 소감만 벌써 두세 번 말한 것 같다"며 "시즌 초반에 힘들었지만, 문성민, 신영석을 중심으로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 중반 정도에 힘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잘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의 말처럼 돌아보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붙박이 센터 최민호가 입대한 데다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아르파드 바로티가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는 등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때문에 1라운드를 3승 3패, 반타작으로 마쳤다.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등이 시작된 것 2라운드부터다. 안드레아스 프라코스가 팀에 녹아들기 시작했고, 센터 신영석이 철옹성을 쌓으며 최민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냈다.
신예 차영석과 김재휘도 중앙에서 힘을 보탰다. 문성민은 에이스 공격수의 진가를 보여줬다.
2라운드에서 2위로 도약한 현대캐피탈은 결국 4라운드 6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5라운드부터는 독주 체제를 굳혀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재임 3년 동안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최 감독은 "3년 내내 현대캐피탈이 우승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은 것 같다"며 "선수 시절에는 들어봤는데, 감독이 되고 난 뒤에는 한 번도 못 들었다.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반응들이 선수들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현대캐피탈 선수로서 다들 자부심이 강한데,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 승자와 24일 대망의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을 치른다.
현대캐피탈은 2005-2006시즌에 이어 12년 만에 두 번째 통합우승이자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챔프전 밑그림은 80% 이상 완성됐다.
최 감독은 "80∼90% 정도 구성을 다 했다. 첫 경기 시작 시각이 갑자기 바뀌면서 수정한 걸 빼면 80% 정도 계획을 세웠다. 몇몇 선수들은 개인 스케줄을 따로 운영하면서 체력도 관리하고 경기 감각이 크게 떨어지지 않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인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어느 팀이 올라와도 우승 확률은 50대 50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우리는 승점 관리를 잘해서 우승했다고 판단한다. 1∼3위팀을 보면 승패는 비슷하다. 결국 경기 내용도 비슷하다고 본다"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감독은 자신의 배구 철학도 들려줬다.
그는 "팀을 맡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구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승으로 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과정의 힘이 우승하는데 상당한 힘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우승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신뢰가 쌓인 팀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팀을 만들었다"며 "그걸 선수들이 만들어주고 있는 것에 상당히 감사하고 그런 팀으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