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건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연합훈련 조정가능성
내달 초 시작 예정 한미연합훈련 수위 조절·일정 단축 될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영재 기자 =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는 우리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의 6일 방북 결과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면서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다"고 전했다.
이런 언급은 북한이 남북 또는 북미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번 특사 방북의 최대성과 중 하나"라는 일부 전문가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에도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예견해 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 이후 방치된 상태며, 4번 갱도에서는 굴착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3번 갱도는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도 북한이 대미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왔으며, 북미대화 등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한 추가 전략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둬왔다.
군과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사실상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이런 입장이 가속화되는 핵·미사일의 고도화 작업까지 일시 중지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행위를 일시 중지할 뿐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고도화 프로그램'은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발사 성공을 통해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운반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종말유도 기술 등 몇 가지 핵심 기술만 확보하면 운반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
북한의 이번 입장 표명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으로 연기됐다가 내달 초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독수리연습'과 '키리졸브' 등 한미연합훈련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에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연합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정부와 군 일각에서는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전략무기 투입 제한 등 한미연합훈련의 수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시점이 4월 말이라는 점에서 훈련 일정의 단축 등의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미 예년 같으면 두 달 정도 진행되던 한미 실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의 일정이 한달 정도로 단축될 수 있다는 관측은 제기돼 왔다.
물론 한미연합훈련 수위 조절은 미국의 양해에 따라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간에 다소나마 이견은 있겠지만, 한미동맹의 기본 바탕 위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나가면 조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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