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혜초 결국 '폐교'…남은 학생 40명 전원 전학키로

입력 2018-03-06 17:47
서울 은혜초 결국 '폐교'…남은 학생 40명 전원 전학키로

서울교육청, '무단폐교' 은혜학원 이사장 고발 검토…폐교인가는 안 해

학부모들 "실패한 행정, 교육감이 책임 표명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학교법인 쪽이 일방적으로 폐교를 추진해온 서울 은혜초등학교가 결국 문을 닫는다.

서울시교육청과 은혜초 학부모 대표들은 6일 서대문구 서부교육지원청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남은 학생 40명 전원을 전학시키기로 했다. 사실상 폐교되는 셈이다.

교육청은 은혜학원이 학사운영을 파행시켜 사실상 폐교행위를 했다고 보고 무단폐교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은혜초가 폐교인가를 신청하더라도 받아주지 않기로 했다.

또 은혜학원 종합감사를 벌여 초등학교 말고 유치원 운영 등에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문제가 발견되면 엄중히 처벌하기로 했다.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감 인가 없이 학교를 폐교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은혜초는 작년 12월 말 학생 감소에 따라 재정적자가 누적됐다며 서울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를 신청한 바 있다. 당시 교육청은 폐교 후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폐교 신청을 반려했다.

이후 지난 1월 학교를 정상운영하는 대신 교육청이 학교법인 수익용 재산을 활용한 재정적자 보전방안을 허가해 주는 쪽으로 검토하는 방안이 합의되면서 폐교는 없던 일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가 잔류교사 선정 문제로 이견을 보이며 정상화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특히 학교가 학부모 설문조사를 토대로 신학기 학교에 다닐 학생이 35명에 그친다며 분기당 397만원의 수업료를 내라고 해 논란이 일었다.

학부모들은 어떤 교사가 남는지에 따라 자녀를 학교에 보낼지 말지 결정하려 했다며 설문조사 결과보다 학생 수가 더 많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상 재적 인원으로 수업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은혜초는 개학일인 지난 2일까지 교장직무대리와 담임교사를 지정하지 않고 행정실 직원도 고용하지 않아 학사운영을 불가능하게 했다.

학교는 지난 5일 교장직무대리 등을 정해 교육청에 보고했으나 앞서 해고를 통보한 교사들을 여전히 재임용하지 않은 상태여서 학사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조처는 아니었다.

신학기가 시작한 후 은혜초가 결국 문을 닫게 되면서 서울시교육청도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은혜초 정상화 합의 후 페이스북에 "앞으로 은혜초가 학교 문제를 처리할 때 학생 학습권에 최우선 가치를 두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은혜초가 학사일정을 중단한 채 사실상 폐교하면서 전학을 가지 않은 상태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은 오도 가도 못한 채 최악의 학습권 침해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실제로 개학일인 지난 2일부터 일부 학생들은 며칠째 학교에 나왔다가 가방을 풀지도 못한 채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이 "학교와 합의했다"며 정상화를 종용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다른 학교에 임시수용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일찌감치 마련했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제도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교육청이 사립학교를 통제할 권한이 없는 점도 개선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김영근 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은 "학부모와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교육청을 대표해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런 결과를 부른 은혜학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은혜초 학부모들은 이날 대책회의 후 성명을 내고 "교육청이 은혜초와 정상화 합의 후 매일 장학사를 파견해 관리·감독한 결과가 이렇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실패한 행정에 대한 교육감의 책임 있는 입장표명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정상화 합의를 무시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기만한 은혜학원 이사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당국도 고발을 포함해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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