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군 '만행'…동구타지역에 수술용품·인슐린 공급도 차단

입력 2018-03-06 17:43
시리아군 '만행'…동구타지역에 수술용품·인슐린 공급도 차단

유엔 "필수 의료용품도 차단"…"폭격 심해 구호활동 조기종료"

내전 감시단체 "무차별 폭격 재개…하루 68명 숨져"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수도 동쪽 반군 지역에 마침내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이 도착했지만 시리아군의 맹렬한 폭격에 구호활동이 예정보다 빨리 종료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트럭 46대의 구호대가 5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동쪽 동(東)구타에서 9시간가량 머물며 구호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UNHCR 구호대는 전투기 소리와 폭격의 굉음 속에서 서둘러 물품을 하역했고, 갈수록 심해지는 폭격에 예정보다 빨리 활동을 종료하고 복귀했다.

UNHCR의 시리아 대표 사자드 말리크는 소셜미디어에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구호품을 날랐다. 주민들이 비극적 상황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린다 톰 대변인은 "동구타 두마에서 구호품을 트럭에서 내리는 중에도 (시리아군의) 폭격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OCHA에 따르면 시리아군은 구호대 트럭이 동구타로 진입하기 전 물품을 일일이 검사해 의료용품 상당량을 차량에서 내리게 했다.

제외 품목에는 외상치료세트, 수술도구, 신장투석세트, 인슐린 등이 포함됐다. 모두 필수 의료용품이다.

구호기구 관계자는 시리아군의 요구로 트럭에 실린 의료용품의 70%를 내려야 했고, 그 결과 트럭 3대는 거의 빈 채로 동구타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40만명에 이르는 동구타 주민은 2013년부터 이어진 장기포위와 지난달 시작된 무차별 폭격으로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결의 이후 주춤했던 시리아군 폭격은 이날 다시 불을 뿜었다.

함무리예와 카프르바트나 등 다마스쿠스에 근접한 반군 지역을 중심으로 폭격이 한밤 중부터 종일 계속됐다. 일부 목격자는 무차별 살상 무기인 '통폭탄'이 쓰였다고 증언했다.

이날 하루 주민 68명이 숨져 지난달 18일 이후 동구타 민간인 희생자수는 760명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17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함무리예에서는 포연에 노출된 부상자 18명이 원인불명의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다.

같은 기간 알카에다 시리아지부에 뿌리를 둔 일부 반군 조직의 공격으로 다마스쿠스에서도 주민 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군이 동구타의 약 40%를 장악했다고 보고했다.

교전 주체나 다른 외부 단체를 통해서는 이를 확인할 만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는 별개로 지난달 27일부터 하루 다섯시간짜리 '공격중단'을 독자적으로 운영 중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주민이 동구타를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주의 목적으로 일일휴전을 운영한다고 밝혔으나, 아직 대규모 주민 이동은 관찰되지 않았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시리아군이 휴전을 이행하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처에 나서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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