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냐 포퓰리스트냐'…이탈리아 새 정부구성 딜레마

입력 2018-03-06 16:28
'극우냐 포퓰리스트냐'…이탈리아 새 정부구성 딜레마

과반없는 오성운동·동맹당 약진에 '헝의회' 탄생

이합집산·합종연횡에 4월전까지 총리지명도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탈리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다수당이 나오지 않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출현하면서 이탈리아 새 정부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 이번 총선에서는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반체제 정당과 함께 강경 난민정책을 공약한 극우정당이 약진하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포퓰리즘 또는 극우 성향을 띨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 결과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서 총선 전 연대와 상관없이 각 정당은 새로운 합종연횡을 시도하며 짧으면 수 주, 길면 몇 달씩 정치적 불확실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아무리 빨라도 4월까지는 총리 지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대통령이 총리 지명권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상·하원에서 모두 신임 투표를 통과할 후보 지지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총리 지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총리 지명이 늦어지면 연정 구성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과 그의 팀은 각 정당 지도자들에게 몇 주간 시간을 주고 선거 운동 기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과반을 구성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탈리아의 새 정부가 극우 또는 포퓰리즘 둘 중 하나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향후 정부구성을 위한 정당 간 교섭에서는 총선에서 단일 정당으론 최다 정당으로 발돋움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최다 득표한 우파연합의 4개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극우정당 '동맹'이 주도권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총선 직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에게 정부구성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성운동과 우파연합 두 진영 모두 자력으로 정부구성을 위해 필요한 하한선으로 인식되는 득표율 40%에 미달했기 때문에, 집권을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관건은 오성운동이 외부 지지를 얻는 대신 연정을 받아들일지와 우파연합의 연대 또는 가능성, 중도 좌파인 집권 민주당(PD)의 대연정 가능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 영국 더타임스는 5일 자 기사에서 오성운동이 연정 구성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정당이 무소속 당선 의원들을 끌어들여 40% 의석을 확보, 연정을 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더타임스는 오성운동이 공식적으로 좌우 노선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양쪽 진영의 지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성운동, 동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3개 정당의 '포퓰리스트 연합'과 동맹과 PD의 좌우 대연정 가능성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력한 연정 시나리오 중 하나인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대 경우 두 정당 모두 유럽연합(EU), 난민정책, 백신 의무접종, 대(對) 러시아 정책 등에서 유사한 입장을 지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마 사피엔차대학의 마시모 루치아니 헌법학 교수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연정에서 최다 석을 차지한 정당의 지도자 또는 가장 큰 정당의 지도자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든지 아니면 새 상원의장 또는 새 하원의장 등 제3자에게 총리 지명을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마타렐라 대통령이 오는 6월까지 각 정당 지도자들과 상의를 하고도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 실시를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오는 3월 23일 새로운 상·하원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새로운 의장 선출은 앞으로 구성 가능한 연정을 엿볼 첫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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