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 "촛불집회 보고 지구대 경찰 이야기 구상"
'라이브' 제작발표회…"한 명의 영웅보단 '풀뿌리'들의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지구대 경찰들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촛불집회였습니다."
오는 10일 tvN에서 처음 방송하는 주말극 '라이브'의 대본을 쓴 노희경(52) 작가는 이같이 밝혔다.
노 작가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촛불집회에 갔을 때 서 있는 경찰들 눈을 보니 시위대를 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같이 참여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고 입을 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글을 써온 노 작가는 이번에 지구대 경찰들을 조명한다.
지금까지 나온 경찰 드라마들은 주로 사건 위주였지만, '라이브'는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민원과 치안을 담당하는 우리 주변 경찰들의 모습이 포커스를 맞춘다.
"촛불집회가 있기 전까지 경찰은 제게 그냥 '기분 나쁜 사람들'이었어요. 편견이었지만, 그걸 굳이 깰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촛불집회에서 경찰들이 정말 원해서 이 자리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군 비리를 이병과 일병에게 묻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죠. 이들은 공권력이 아니라 희생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노 작가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장르극들은 대부분 사건을 풀어가는 한 명의 영웅 이야기에 집중되는 것 같다"며 "그런 통쾌한 복수극, 영웅담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다. 저는 풀뿌리 같은 다수 국민의 최전방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고 현장감 있게 다루고 싶다"고 설명했다.
노 작가는 주연으로 나선 정유미와 이광수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그는 "유미 씨는 처음에 (캐스팅) 거론이 됐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만나 보니 훨씬 소탈하고 생생한 캐릭터였다"며 "게다가 정오 캐릭터가 국내 여배우들이 많이 꺼릴만한 요소들이 있는데 유미 씨가 잘 이해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수 씨는 늘 탐구하고 물어가며 연기하는 배우"라며 "그 확신이 있어서 주연을 맡기면서도 의심하지 않았고, 반 정도 촬영했는데 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작가는 마지막으로 "촛불집회부터 '미투(MeToo, 나도 당했다)혁명'에 이르기까지 최근 몰라도 될 것 같은 것들을 세상이 알려주고 있는데, 알려주는 이상 들여다보고 알아야 하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시대의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봤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사회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노 작가의 주요 작품에서 노 작가와 오랜 호흡을 맞춰온 김규태 PD도 이번에 역시 함께한다.
김 PD는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도 "매번 작품에 대한 평가와 시청률이란 수치는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걸 좀 내려놓고 싶다. 매너리즘에 빠진 시점에 노 작가님의 새로운 도전으로 저 역시 신인 연출자 시절로 돌아간 자세로 임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9시 첫 방송.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