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변호사·법률사무소 직원 절반 "성폭력 경험"

입력 2018-03-06 15:00
수정 2018-03-06 15:14
광주 여변호사·법률사무소 직원 절반 "성폭력 경험"

10명 중 2명 성범죄 피해까지…여성변호사회 예방·피해지원책 마련 요구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광주 지역 여성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여직원 절반가량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2명은 강간미수, 성추행 등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여성변호사회는 6일 광주 법조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변호사회는 조사단을 구성, 지난달 8∼20일 광주 여성 변호사 102명, 법률사무소 여성 사무직원 452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조사를 했다.

SNS, 문자메시지를 통한 설문 형태 이번 조사에는 변호사 102명 중 56명, 사무직원 452명 중 36명이 참여했다.

전체 응답자 92명 가운데 48.9%인 45명이 3년간 직·간접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유형별 피해 사례는 외모 평가에 의한 성희롱이 28.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음담패설 16.8%, 특정 신체 부위 응시 16.4%, 신체접촉 16% 순이었다.

피해 사례 가운데 형사법상 성범죄에 해당하는 강간미수, 강제추행도 18.8%에 달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는 신분상 불이익을 고려,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여성변호사회는 밝혔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항의하거나 불쾌하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경우, 가해자 대부분은 웃어넘기거나 무시했고,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45명 중 11명이 문제를 제기하고 업무상 불이익, 악의적 소문 등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성폭력 정기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정다은 변호사는 "여성 변호사나 사무직원들이 사회적 지위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동등한 전문 인력으로 평가받기보다는 나이와 성별로 평가받는 게 성폭력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법조계 폐쇄성 때문에 참여율이 높지 않아 아쉽지만, 성폭력 피해 경험을 외부에 최초로 알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조사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여성변호사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폭력 예방교육 강화, 지방변호사회 내 피해자 지원 전담기구 설치, 피해 예방·지원책 마련 등을 광주지방변호사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여성변호사회는 8일 오후 6시 광주지방변호사회에서 조사 결과 보고·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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