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JP모건 등과 당좌예금형 금융상품 출시 논의

입력 2018-03-06 11:27
아마존, JP모건 등과 당좌예금형 금융상품 출시 논의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아마존이 자사 고객들에게 당좌예금과 유사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미국의 대형 은행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5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가을 일부 대형 은행들에 하이브리드형 당좌예금에 대한 제안서를 요청했고 JP모건과 캐피털 원 등으로부터 답변을 받아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소식통은 젊은 고객, 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을 겨냥한 금융상품 개발이 중점적인 논의사항이나, 아직 협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수표 발행이나 직불, 혹은 전국적인 ATM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부여되는지를 포함해 아마존이 추진하는 금융상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다만 문제의 금융상품이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를 취하던 간에 아마존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금융상품이 현실화된다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홀푸드 식품 체인에서 쇼핑하고 킨들을 통해 전자책을 읽으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가 하면 알렉사와 대화하는 고객들의 삶에 더욱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셈이다.

신용카드회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들에 내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객들의 소득수준과 소비 행태 등에 관한 값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마존이 취할 수 있는 이점이다.



앞서 이 회사가 독자적 결제수단인 아마존 페이를 도입한 것도 수수료 절감 차원이었다. 아마존은 그 이용 범위를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유통업계의 호응이 미흡해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이다.

아마존이 신종 금융상품 개발을 위해 협력을 타진한 것은 미국 은행업계로서는 일단 다행스러운 움직임이다. 미국 은행업계는 갈수록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 회사가 그들의 텃밭을 침범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인수해 식품 유통에 뛰어든 것은 물론 택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 장차 UPS나 페덱스와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병원용 자재 납품 시장도 노리고 있고 처방의약품 유통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은행업 진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강화된 은행업종의 규제, 은행업계의 거센 반발 탓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마트가 10여년 전 은행업 허가를 얻으려다 실패한 것도 업계와 의회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마존이 협의하고 있는 은행들 가운데 JP모건은 2002년부터 아마존 고객들을 위한 제휴 신용카드를 발행하고 있어 밀접한 관계다. 한편 캐피털 원은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의 대형 고객 가운데 하나다.

JP모건과 캐피털 원 가운데 어느 회사가 선택을 받던 간에 승자는 잠재적 경쟁자를 우호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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