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기밀 넘긴' 전직 러시아 스파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
2010년 미-러 스파이 맞교환때 풀려나…정체불명 물질 노출뒤 쓰러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에 기밀을 넘긴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다 포로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영국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일요일인 지난 4일 오후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던 남녀 한 쌍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알려지지 않은 물질에 노출된 뒤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자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이었고, 함께 있던 여성은 그와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으로 알려졌다.
스크리팔은 전직 러시아 군정보부 장교로 2006년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분을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스크리팔은 지난 2010년 냉전 시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첫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플려나 이후 영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미국이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러시아는 스크리팔을 포함한 4명의 스파이들을 석방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영국 윌트셔 경찰은 스크리팔과 여성이 발견 당시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에 있어 범죄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복 테러 행위와 연관됐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BC는 영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미확인 물질에 의해 쓰러진 점이 2006년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을 떠올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2006년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사망했는데, 영국 당국의 조사결과 러시아 비밀 요원이 리트비넨코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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