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자국민에 화학무기 사용"…'김정남 VX 암살' 제재 단행
원조·차관 금지 등 5대 제재…'반인륜·잔혹 정권' 낙인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북한 당국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로 암살했다고 결론 낸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공식 제재를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북한을 방문해 북핵 사태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나온 이 조치는 미 정부의 강력한 대북 압박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관보에 "미 정부는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해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자국민에게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해온 것으로 결론냈다"며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관보에서 국무부는 북한이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자국민'에게 사용했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으나, 이는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로 암살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일컫는 것이라고 워싱턴 외교 당국자는 설명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22일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국무부는 덧붙였다.
미국의 추가 제재는 북한에 대해 ▲대외 원조 ▲무기 판매 및 무기 판매 금융 ▲정부 차관 또는 기타 금융 지원 ▲국가안보 민감 재화 및 기술 수출 등 5대 사항을 중단 및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번 제재는 1991년 제정된 미 '생화학무기 통제 및 생화학전 철폐법'에 따라 이뤄졌으며, 관보 게재일인 이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대외 원조의 경우, 긴급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식량, 농산품 및 농산물에 대해서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미국과 북한 간에는 무역이나 무기거래가 없기 때문에 대북 제재의 추가적인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그러나 이복형을 화학무기로 살해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반인륜적이고 잔혹한 행위를 집중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낙인 효과와 더불어 초강경 대북 압박 전략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무부 국제안보·비핵산 담당 차관보는 "이번 대북 제재는 적어도 1년간 적용되며, 앞으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지속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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