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민평당 공동교섭단체 제안 수용할까…당원 여론이 관건
노회찬 "당리당략보다 촛불민심이 우선"…내일 의총서 논의
당원 여론조사·총투표 거쳐 2∼3주 내 결론 내릴 듯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김동호 기자 = 민주평화당이 5일 원내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정의당에 공동교섭단체 구성하자고 공식 제안함에 따라 정의당의 선택이 주목된다.
그동안 '공식 제안이 오면 논의하겠다'며 판단을 유보해온 정의당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민평당의 제안을 수용할지 말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평당의 공식 제안을 정중하게 받아들여 당내에서 논의해보겠다"며 "우선 의원총회를 통해 논의하겠지만, 필요하다면 당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리당략보다는 촛불민심의 실현이 중요하다고 보고 그 가치에 어느 쪽이 더 부합하는가를 기준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사안의 성격상 오랫동안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6석)은 우선 민평당(14석)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고 대중을 상대로 한 발언 기회나 언론 노출도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헌법 개정이나 선거구제 개편에 큰 의욕을 보이면서도 이를 논의하는 국회 헌정특위에서 비교섭단체의 한계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정의당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본격적인 6월 지방선거 국면을 앞두고 일부 핵심 당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적잖은 부담이다.
최근 정의당 홈페이지 내 커뮤니티에서는 민평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주제로 당원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 의견을 가진 한 당원은 "개헌 전선과 촛불혁명 이후 민생개혁을 생각해야 한다"며 "국회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더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하는 당원은 "서서히 역사의 흐름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인 민평당과 공조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의당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이 전반적인 당원들의 여론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동시에 표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부 당원은 만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탈당하겠다며 조건부 탈당계를 제출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의당은 6일 오전 9시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칠지도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의원들의 의견도 일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권리당원들의 의사가 최종적인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는 이와 관련, 지난 2일 정례 보고서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진보정당 초유의 정치 행위이기 때문에 당원 여론조사, 당원 투표 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논의의 순서로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상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노동 존중, 남북 평화 등을 의제로 한 정책 협약 ▲당원 여론조사, 투표 결과 등 반영 ▲최종 결정 등을 제시했다.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단순한 정치공학적 접근을 경계하고, 진성 당원들과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들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해야 한다"며 이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당원 여론조사나 총투표를 실시할 경우 2∼3주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노 원내대표는 이날 민평당 장병완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관한 공식 제안을 받은 후 취재진에게 "엊그제 독일 사민당이 집권당과 연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 당원 투표를 했다고 한다"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신속하되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정의당 입장이 정해지면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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