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정 자문기구 정협 대표, '부동산' 지고 'IT' 떴다

입력 2018-03-05 13:18
중국 국정 자문기구 정협 대표, '부동산' 지고 'IT' 떴다

"'기술 강국' 향한 중국 지도부의 의지 반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IT 굴기(堀起)'를 꿈꾸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하듯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표단에서 IT 기업 대표가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협은 1949년 9월 공산당 지도하에 각계 대표들이 국정 방침에 대해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협상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함께 양회(兩會)로 불리며, 중국의 최대 정치적 행사로 꼽힌다.

이에 정협 대표단에 누가 포함되는가는 중국 지도부의 정책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달 3일 개막한 정협 대표단(2천158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업 부문에서 IT 기업 대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징둥닷컴' 회장 류창둥(劉强東), 중국 2위 모바일 게임업체 '넷이즈' 창업자 딩레이(丁磊), 중국 최대 인터넷 보안업체 '치후 360' 저우훙이(周鴻) 회장 등이 기업 대표단에 새로 포함됐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에 초기 투자한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의 닐 선 파트너와 10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자랑하는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만든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그룹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에 궈광창(郭廣昌) 푸싱(復星) 그룹 회장 등 부동산 기업을 거느린 20여 명의 재벌은 이번 정협 대표단에서 탈락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쑨신 교수는 "이러한 조치는 기술 혁신에 기반을 둔 산업 고도화를 이루고자 하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한다"며 "부동산 투기와 부패를 연상시키는 부동산 재벌은 더는 중국 공산당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정협 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구이저우(貴州)성의 비지에(畢節)시에 110억 위안(약 1조9천억원)을 투입해 빈민 구제에 나서는 등 당이 추진하는 '빈곤 퇴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덕분으로 여겨진다.

IT 기업 대표가 정협 대표단에 대거 포함된 것은 이들 기업을 육성해 사회 통제에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상하이의 시장정보업체인 '차이나 마켓 리서치'의 임원 숀 레인은 "중국은 5∼10개의 IT 거대 기업을 육성해 이들을 정보 수집, 빅데이터 공유, 검열 등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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