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이 중국엔 기회?…자유무역 지수 껑충
中, 헤리티지 '무역 자유 지수' 73.2로 급등…美 추격
"미국 대신 자유무역 수호국 자처하는 셈법 쓸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세계 경제를 견인해온 자유무역주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에 휘청이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틈을 타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글로벌 통상 질서의 패권을 거머쥐려 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들어 자유무역 지수를 가파른 속도로 끌어올리며 미국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2018 경제 자유 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 자유(Trade Freedom) 지수는 1995년 20점에서 2018년 73.2점으로 3.7배로 뛰어올랐다.
이는 1995년 세계 평균(58.5점)에서 큰 폭으로 뒤처졌다가 2018년(76.4점)에는 턱밑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78.4점에서 86.7점으로 완만하게 오르는 데 그쳤다.
무역 자유 지수는 각국의 수입·수출에 적용되는 관세·비관세 장벽을 평가한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한 국가로 평가됐다는 점을 뜻한다.
2018년 무역 자유 지수 1위는 홍콩·싱가포르·스위스로 각각 90점을 보였다. 한국은 80.4점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이처럼 통상 빗장을 풀기 시작하면서 무역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세계무역기구(WTO) 집계 기준으로 2017년 4조1천106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입하며 세계 최대 교역국 자리를 지켰다.
이는 전년보다 11.5% 증가한 것이다. 미국은 3조9천562억 달러로 2위에 머물렀으며, 증가율도 6.9%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으로 무역 전쟁의 불씨를 댕긴 사이 중국은 오히려 반사 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자 동맹국인 캐나다를 포함해 각국에서 일제히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1940년대부터 자유무역주의를 전파하며 세계 질서를 호령해온 미국이 이젠 보호무역 기조를 되살리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자유무역 왕좌'에서 내려오는 사이 중국은 반대로 무역 전쟁의 불씨를 가급적 꺼트리는 방식으로 자유무역의 새로운 수호국이 되려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자산투자사인 AXA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의 에이단 야오는 "중국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교역국과) 관계를 관리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CNN 방송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발한 무역 전쟁에 최대한 로키(low-key)로 대응하면서 세계 교역 시스템을 지키는 수호국으로서 미국을 제치고 도덕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셈법에서다.
실제로 중국은 대미(對美) 철강, 알루미늄 수출이 지난해 4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해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충격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경제 분석 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연초 보고서에서 "중국이 WTO 제소, 반덤핑 보복 관세 등을 꺼낼 수 있겠지만 반격 조치가 억제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에 맞서 중국이 스스로를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부각시키는 게 더 많은 명분상 이득을 줄 수 있으며, 실리적으로도 글로벌 무역 체계의 혼란을 막는 게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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