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희망퇴직에도 '적자' 구조…남은 희망은 임단협

입력 2018-03-04 06:11
한국GM, 희망퇴직에도 '적자' 구조…남은 희망은 임단협

2천400명 희망퇴직해도 연 3천~4천억원 더 줄여야

'정부 반발' 예상에 추가 정리해고 강행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 한국지엠(GM)이 생존을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단 지난 2일 마감한 희망퇴직만으로는 지속 가능성, 흑자 구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한국 정부의 강한 반발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정리해고 등 추가 인력 구조조정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GM 입장에서 남은 카드는 결국 노조와의 임단협을 통해 연간 3천~4천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절감하는 방법밖에 없다.

◇ 직원 15% 희망퇴직 연 4천억원 절감…여전히 적자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약 2천4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근로자 2천 명) 외 부평공장(약 1만 명), 창원공장(약 2천 명) 직원뿐 아니라 비노조원인 상무급 이하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까지 모두 희망퇴직을 권한 결과다.

전체 1만6천 명의 한국GM 직원 가운데 일단 15% 정도가 스스로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군산공장 신청자가 1천명이 넘었고, 나머지 부평·창원 공장에서도 정년을 앞둔 장기 근로자 중심으로 1천여명이 희망퇴직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자는 2~3년 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받게 되는데, 평균 2억원 안팎이 지급될 예정이다.

실제로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폐쇄 과정에서 필요한 인건비 3억7천500만 달러를 부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약 2천 명인 군산공장 직원 수로 단순히 나눠보면 평균적으로 직원 1인당 약 1억9천만원 정도를 책정한 셈이다.

업계와 한국GM은 일단 2천300~2천400명의 희망퇴직으로 줄일 수 있는 연간 인건비 및 부대비용 규모를 3천500억~4천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한국GM의 적자 규모가 3조원으로, 연간 평균 순손실액이 7천5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희망퇴직으로 최대 4천억원을 절감한다고 해도 흑자 전환에는 역부족이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연간 3천~4천억원의 비용을 더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 "추가 희망퇴직 기회 없다"…정리해고도 현실성 낮아

따라서 한국GM이 흑자 구조를 갖추려면, 향후 희망퇴직이건 인위적 정리해고건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임단협을 통해 성과급 지급 중단 등 인건비 절감안을 실행에 옮기는 수밖에 없다.

일단 '희망퇴직 연장'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앞으로 더 좋은 조건이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지했기 때문에, 희망퇴직 접수 시한을 연장하거나 차후 다시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GM과 한국GM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일자리'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군산공장 폐쇄와 희망퇴직 이상의 인위적 감원을 방관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외신의 '5천 명 직원 감축안 제출' 보도에 대해 GM 관계자는 "그런 회생 계획안을 서면이나 구두로 밝힌 적도 없고, 현실적으로 5천 명을 GM이 인위적으로 감원한다는 내용 자체가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 '희망퇴직+임단협' 8천억원 줄여야 적자 수렁 탈출

결국, 남은 방법은 임단협을 통한 인건비 절감뿐이다.

한국GM은 지난 22일 임금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등을 포함한 올해 임단협 교섭안을 마련했지만, 28일 노사 3차 교섭에서 노조의 경영부실 의혹 공세에 밀려 교섭안을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

사측 교섭안에는 제조경쟁력 개선 방안의 하나로 올해 임금 인상을 동결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정기승급 시행을 유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임금 인상도 회사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하되,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분 내에서 정하도록 했다.

2018년 성과급 지급은 올해 중 불가하고, 성과급 지급 기준도 까다롭게 바꿈과 동시에 승진을 유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체협약 개정 사항으로 명절 복지포인트 지급 삭제, 통근버스 운행 노선 및 이용료 조정, 학자금 지급 제한(최대 2자녀), 중식 유상 제공 등 복리후생을 대거 축소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일단 최근 5년 연속 연간 약 1천만 원씩 지급된 성과급만 줄여도, 한국GM으로서는 연간 약 1천400억원(1천만원×희망퇴직 후 남은 1만3천600명) 정도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비급여성 복지후생 비용이 연 3천억원 정도인데, 교섭안을 노조가 수용할 경우 최소 약 절반인 1천500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GM 입장에서는 사측 교섭안이 타결되면 성과급과 복리후생비 조정만으로도 연간 약 3천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고액 연봉의 임원 수를 계획대로 35%(전무급 이상)~50%(외국인 임원) 줄이고 다양한 경상비 절감 방안까지 더해지면 연 3천500억~4천억원의 경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한국GM은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에야 비로소 희망퇴직 인건비 절감분 최대 4천억원에 임단협과 기타 절감분 4천억원, 모두 8천억원의 경비 감축을 통해 연간 평균 7천500억원의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 흑자를 낼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는 셈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성공적 자구안 실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임단협 교섭"이라며 "다음 주 임단협이 성사되도록 진정성을 갖고 노조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hk999@yna.co.kr,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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