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겨울폭풍 몸살…서부 대피령·동부 항공기 수천편 결항(종합)
산사태 난 샌타바버라 주택가 또 위협…북동부엔 14만가구 정전 피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동·서부 해안이 겨울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국립기상청(NWS)과 재난당국에 따르면 지난 연말 산불과 산사태로 이중고를 겪은 캘리포니아 주 남서부에는 폭풍 예보와 함께 주민 3만여 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북동부 해안에는 폭우와 돌풍을 동반한 겨울폭풍 '노어이스터(Nor'easter)가 강타하면서 최북단 메인 주부터 버지니아 주 일대까지 항공기 수천 편이 결항하고 정전으로 암트랙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 산불·산사태로 신음한 샌타바버라 주민 3만명에 대피령
"산불에 산사태, 이제 겨울폭풍까지…"
풍광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주 남서부 샌타바버라 주민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피령에 한숨 짓고 있다.
샌타바버라 카운티 재난당국은 이날 강력한 겨울폭풍이 예보됨에 따라 언덕에 형성된 주택가 주변 주민 3만여 명에게 강제 대피령을 발령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카운티 경찰국의 빌 브라운 국장은 "기상예보로는 폭풍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인명과 재산 피해의 우려가 있어 대피령을 내린 것"이라며 "경찰관과 소방대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대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샌타바버라 카운티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재난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토머스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산불로 가옥 수천 채가 불에 탄 뒤 이어진 폭우로 허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면서 산사태 피해도 잇따랐다.
몬테시토에 사는 주민 해리어트 모슨(76)은 AP통신에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니 믿을 수 없다. 진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 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카운티에서는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우버와 리프트가 주민들을 안전지대까지 대피하도록 무료 차량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캘리포니아 주의 가장 큰 산맥인 시에라 네바다에 시속 200㎞의 강력한 눈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교통국은 콜팩스와 네바다 주 경계 사이에 있는 80번 주간(州間) 고속도로를 눈폭풍 우려 때문에 일시 폐쇄했다.
타호 호수 주변 산악지역에는 시간당 2인치(약 50㎜)가 넘는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 보스턴 길거리 물바다…강풍에 항공기 2천 대 뜨지 못해
미국 북동부 해안에 나타나는 기상현상인 노어이스터의 영향으로 보스턴 시내에는 도로 곳곳에 물이 넘치면서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퀸시와 덕스베리 지역 소방관들이 불어난 물에 침수돼 오도가도 못한 차량 운전자 여러 명을 구했다고 ABC 뉴스가 전했다.
뉴욕 주와 코네티컷 주에서도 비슷한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플라이트웨어닷컴은 이날 오전 현재 북동부 지역 공항에서 운항 취소된 항공편이 2천 편을 넘겼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 대변인은 "보스턴 로간 국제공항과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을 비롯해 북동부 공항에서 전체 항공편의 18%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북동부 해안 지역에는 정전으로 약 14만 가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버지니아 하노버 카운티에서는 나무가 이층집을 덮쳐 일가족 4명이 갇힌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피츠버그에서는 산사태로 가옥 여러 채가 부서졌다.
국립기상청은 "매사추세츠 주 해안 지역에 파고 4.7m에 달하는 기록적인 해일이 일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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