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태자당 연루 재벌에 사정 칼날…화신 회장 체포(종합)

입력 2018-03-02 19:34
시진핑, 태자당 연루 재벌에 사정 칼날…화신 회장 체포(종합)

안방·HNA·완다·밍톈·화신·푸싱·센추리 등 7대 그룹 표적설

안방보험 동업 혁명원로 2세 돌연 사망…화신에너지 경영권 인수



(상하이·홍콩=연합뉴스) 정주호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 자제)과 연루된 재벌 그룹에 사정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일 보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망은 에너지 분야 중국 최대 민간기업인 화신(華信)에너지공사의 예젠밍(葉簡明·41) 회장이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신은 2002년 설립돼 상하이에 본부를 둔 민영기업으로 국유기업 개혁, 수요촉진, 혼합소유제 추진 등 정책 수혜를 입고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는 국유 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의 자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차드, 체코, 미국 등으로 전방위 기업사냥에 나섰다.

이들 나라에서 주로 에너지, 방송 분야의 국유기업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태자당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중국 군부 및 국가보안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로스네프트의 지분 14%를 91억 달러(약 10조 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예젠밍이 이끄는 기업의 2015년 매출은 2천630억 위안(약 45조 원)에 달했다.

예젠밍의 구금 후 화신의 경영권은 상하이 시유 기업인 궈성(國盛)그룹에 넘어갔다고 SCMP는 전했다. 예젠밍의 체포는 시 주석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도 있다.

예젠밍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기소된 패트릭 호(何志平·68) 전 홍콩 민정사무국장(장관급)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돈세탁 혐의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호 전 국장은 당시 아프리카 석유 채굴권 확보에 나선 화신에너지를 대리해 차드 대통령, 우간다 외무장관 등에게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는 시 주석이 화신에너지를 비롯해 안방(安邦)보험, 완다(萬達), HNA(하이항·海航), 푸싱(復星), 밍톈(明天系), 센추리(世紀金源) 등 태자당과 연루된 7대 그룹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색 귀족'으로도 불리는 태자당을 등에 업은 이들 기업이 국유기업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고 민간기업을 강제로 인수하는 등 전횡을 일삼자 이들 기업에 칼날을 들이대게 됐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전방위 기업 인수에 나선 것도 태자당이 외국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었다. 이로 인한 자본유출이 한해 6조 위안(약 1천조 원)을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에서는 이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이 반대 세력에 대한 돈줄을 죄고, 엄중한 경고를 하기 위해 태자당과 연루된 재벌 등에 칼날을 들이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중국 정부가 경영권을 접수한 안방(安邦)보험의 창업 동업자로 지목돼온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 자제) 인사가 돌연 사망했다.

중국 법제만보 등에 따르면 신중국 혁명공신 천이(陳毅)의 아들인 천샤오루(陳小魯)가 지난달 28일 밤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으로 옮기던 중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최근 논란이 되는 안방보험의 실소유주이거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의 동업자라는 소문이 나왔던 인물이다.

신중국 건립의 10대 공로자 중 한 명으로 상하이시장과 외교부장을 지낸 천이의 아들인 천샤오루는 1970∼1980년대 군 복무 등을 마치고 1992년 재계로 옮겨가 여러 기업의 경영에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근래 해외 호텔과 부동산, 금융업체를 마구 사들이다 최근 중국 정부에 경영권이 넘어간 중국 3대 보험사 안방보험과 연관성이 큰 인물이다.

중국의 개혁성향 주간지 남방주말은 지난 2015년 1월 천샤오루가 자신의 3개 회사를 통해 안방의 지분 51.4%를 보유한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천샤오루는 자신은 안방 경영에 참여한 적도 없고 우 회장과도 훙얼다이(紅二代) 간의 단순한 협조 관계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우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외손녀 사위로 알려졌다.

결국, 남방주말은 사과문을 내고 관련 보도가 사실에 맞지 않았다고 정정 보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안방보험의 경영자료에 천샤오루는 이사 9명 중 한 명으로 등재된 사실이 나타났다.

우 회장이 경제범죄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되고 안방의 모든 경영권이 정부 당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기에 천샤오루의 사망은 매우 공교롭다. 그의 사망이 향후 우 회장의 범죄 혐의 입증이나 안방 경영권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천샤오루는 지난 2013년엔 문화대혁명 시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사과문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블로그에 문혁 초기 베이징 제8중학의 홍위병 대표로 활동하며 교사들을 박해한 데 직접적 책임이 있다며 과거를 절절하게 반성한 사과문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또 톈안먼(天安門) 시위 강제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한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 시절인 1986년 정치체제개혁 연구소조에 참여해 자오쯔양의 정치개혁 책사 역할을 맡기도 했었다. 톈안먼 사태가 끝난 뒤 자오쯔양 과오에 대한 폭로를 거부하고 민간 재계로 '낙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