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개농장 이달부터 폐쇄?…대상 파악 안되고 세부지침 없어
개정 가축분뇨법 시행 앞두고 실효성 논란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가축분뇨법 개정안의 '무허가 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재연장 대상에서 개 사육시설(개 농장)이 제외되면서 불법 강아지 번식장과 식용견 사육농장들이 폐쇄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을 3주 남짓 앞두고 당국이 집행 대상 농장 수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무허가 축사 유예기간 추가 연장을 골자로 한 가축분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개 사육시설'은 연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5년 3월 시행된 가축분뇨법은 축사들을 규모에 따라 1∼3단계로 나눠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적법한 분뇨처리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무허가' 축사로 규정해 폐쇄 명령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법 통과로 당초 24일로 유예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1단계 농가들은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게 됐지만, 개 농장은 연장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당장 오는 25일부터 사용중지·폐쇄 명령 등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개 사육시설로는 식용견 사육농장이나 펫숍 등에 개를 유통하는 '강아지 공장' 등이 있다. 이들 농장 상당수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축분뇨법상 적법화 농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도로법, 하천법 등 26개에 달하는 까다로운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하므로, 이들 불법 농장이 25일 전까지 법적 요건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번 법 시행으로 개 농장 폐쇄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을 20일가량 앞두고 벌써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당국은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개 농장 숫자나 사육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가축분뇨법에 따른 신고 대상 개 사육시설이 3천여 곳 정도로, 이 가운데 10∼20%가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추정치일 뿐이며, 동물보호단체들이 파악하고 있는 개 농장 규모(강아지 번식장 3천 개·식용견 농장 등 일반 개 농장 1만5천 개)와도 차이가 크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파악하고 있어 수치가 조금씩 다르다"며 "신고를 안 한 농장도 1∼3단계로 분류가 되므로 1단계 법 집행 대상이 되는 농가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는 설명만 내놓을 뿐 정확한 수치는 제시하지 못했다.
당국이 정확한 실태 파악도 못 한 상황에서 과연 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행정처분의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이달 말부터 분뇨처리 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개 농장은 시설 상태에 따라 크게 '경고', '사용중지', '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사육시설 전체가 법 규정에 어긋날 경우 1차 적발 시 1개월간 사용중지 조처가 내려지고, 2차 적발 시 폐쇄 명령이 내려진다.
다만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행정처분 기간 가축 반입·반출 금지조치 등 세부 가이드라인은 아예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반출 금지는 좀 더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지만, 해당 '시설' 자체에 대한 행정처분이므로 사용중지 등을 받은 농장들이 개를 다른 곳에 판매하는 등의 행위까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행정처분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농장에 대해 일종의 처벌 및 불이익을 주는 것인데, 행정처분을 받고도 영업행위를 계속한다면 법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국회가 가축분뇨법 유예 대상에서 개 사육시설을 제외한 것 자체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법만 만들어놓고 실질적인 행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법 개 농장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법 시행을 계기로 앞으로 정부가 의지를 갖고 불법 개 농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더욱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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