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후 기관장 첫 연임…文대통령 '이주열 카드' 먼저 물어

입력 2018-03-02 17:37
정권교체 후 기관장 첫 연임…文대통령 '이주열 카드' 먼저 물어

靑관계자 "코드 연연하지 않고 능력만 평가한다는 인사철학 반영"

안정적인 통화정책 운용 이끌겠다는 의지도 고려됐다는 평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이 연임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 총재의 연임이 중앙은행으로서의 한국은행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중앙은행 수장(首長)들이 장기간 재임하면서 정권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독립적이고 소신있는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점에 문 대통령이 주목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차기 한은 총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을 먼저 거론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후임 총재 인선 초기에)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보면 (중앙은행 총재들이) 오래 재임하면서 통화를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고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지시를 받은 참모들은 19년간 재임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등의 사례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원칙도 반영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드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으로 평가해서 인재를 쓰겠다는 인사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느 정권에서 임명됐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은 아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례와 새 정부 들어 유임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의 인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애초부터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인위적으로 물갈이하는 데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이철성 경찰청장 등 임기가 남은 주요 기관장들의 인사 문제에 관심이 쏠렸을 때도 청와대는 "공석부터 인사한다는 것이 최우선 기준"이라며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기관장 물갈이설'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최초 20명가량의 후보군을 놓고 능력과 신상 등을 검증해 서너 명까지 최종적으로 후보군을 압축했지만 이 총재를 월등하게 앞서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다른 후보자와 능력을 비교해도 그렇고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통화 정책을 이끌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 덕에 이 총재의 연임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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