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관] ② 영화 바이러스에 감염되다…전국 소도시 32개관 성황

입력 2018-03-04 10:31
[작은 영화관] ② 영화 바이러스에 감염되다…전국 소도시 32개관 성황

2010년 장수군 첫선 이후 2014년부터 정부 지원 업고 설립 확산

소도시 지자체 긍정 평가 속 올해 말까지 10여 곳 추가 개관 예정

(전주=연합뉴스) 임청 기자 = "낮엔 열심히 논밭 일 하고 저녁에는 영화관으로 갑니다."

작은 영화관이 전국 소도시 마을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문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 소도시 주민에게 잔잔한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할 목적으로 탄생한 작은 영화관이 '문화 사랑방'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 2010년 장수군 첫선…현재 32개 농어촌 지역서 운영

작은 영화관은 문화 시설이 열악한 지역 주민의 영상문화 갈증 해소, 그리고 영화관 주변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0년 전북 장수군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한 작은 영화관은 2018년 2월 말 현재 32곳으로 늘었다.

현재 개관을 준비 중인 곳까지 합치면 올 연말에는 50여 곳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공식 작은 영화관 1호점은 2010년 문을 연 전북 장수군 '한누리시네마'.

이 극장은 개관과 동시에 큰 호응을 얻었다.

한누리시네마 개관 이후 작은 영화관이 주목을 받자 2013년부터 정부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관이 없는 소도시에 국비를 지원하기 시작하자 작은 영화관 바이러스는 전국 소도시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작은 영화관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상업영화관과 달리 규모가 작아 '미니영화관'으로 불린다.

지역마다 50∼100석 규모로 운영된다.

도시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최신 영화를 거의 동일 기간 감상할 수 있어 영화 관람을 위해 버스 등을 타고 한 시간 이상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아직도 영화관이 없는 시·군은 60여 곳에 달한다.

이들 시·군지역으로 점차 작은 영화관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문화관광부 방침이다.

◇ 도시·지방 영화소비 편차 해소 역할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영화 관람 횟수의 경우, 서울이 연간 6회인데 반해 전남과 전북지역은 연간 2회 정도에 그치는 등 영화 인프라 편중이 영화소비의 편중으로 나타난다.



전북에서 작은 영화관 운영이 가장 활발한 것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전남과 함께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환경 탓이 크다.

전북은 2010년 문을 연 장수 한누리시네마가 큰 호응을 얻자 2013년에 김제시와 임실군이 작은 영화관을 개관하는 등 14개 시·군 가운데 9개 시·군에서 작은 영화관이 운영되고 있다.

장수읍 내 한누리 전당 안에 꾸며진 한누리시네마는 그간 A관(36석)과 B관(54석)을 갖추고 2D와 3D 영화 모두 균일한 5천원을 받아 주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작은 영화관은 사회적협동조합이 해당 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곳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지자체 직영 또는 지역 단체 위탁 방법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위탁 상영관의 경우, 위탁기관이 관람수익의 40∼50%를 해당 자치단체에 주고 나머지는 직원 경비 등 운영비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 이용만족도 "좋아요"…관람료 인상은 '옥에 티'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12월 전국 작은 영화관 이용객 실태를 파악한 결과 '영화 가격'에 대한 만족도는 지역과 연령대를 떠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관람료 이외에도 매점가격이나 주차, 친절, 접근성 등에 대해서도 대체로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영화의 다양성과 스크린 규모와 음향 시설 등은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지적됐다.

작은 영화관을 이용한 주민들도 대체로 여가의 즐거움과 여유를 얻어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했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다만 장수군이 지난 1월 관람료를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김제시도 이달 1일부터 25% 인상하면서 주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전북지역 다른 시군을 포함한 전국 자치단체도 이미 인상했거나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관람료 인상은 아무래도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시골 주민에겐 부담이다.

이러한 부담이 영화관 이용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개봉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이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지역 간 영상문화 격차가 해소되고 있다"면서 "작은 영화관이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한 멀티플렉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지방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lc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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