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관] ③ '반값 티켓' 정책, 상업영화관과 마찰 불가피

입력 2018-03-04 10:31
수정 2018-03-04 11:15
[작은 영화관] ③ '반값 티켓' 정책, 상업영화관과 마찰 불가피

상영관 늘자 기존 업계 반발 커져…배급사·제작사 수입도 부정적

전산망·부대시설 개선 등 과제…취지 살리며 '공생' 지혜 찾아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농촌에서도 최신 영화를 본다'는 구호처럼 작은 영화관은 도·농간 문화 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등하게 양질의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도입한 작은 영화관이 앞으로도 제역할을 하려면 당면한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싼값에 영화 관람'…시장 이익은 침해

영상문화에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도입한 작은 영화관의 최대 강점은 '싸다'는 것이다.

작은 영화관 티켓 가격은 5천∼6천원 선에 책정돼 상업영화관의 45∼63%(8천∼1만1천원) 수준에 그친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 원성을 사는 대형 멀티플렉스 매점도 작은 영화관에서는 절반 이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연인과 단돈 1만5천원으로 최신 영화를 보면서 팝콘까지 먹었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작은 영화관에서는 현실이 된다.

작은 영화관의 저렴한 가격은 최대 강점인 동시에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뜨거운 감자'도 된다.

현재 전국 32곳에 있는 작은 영화관은 주민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연내 50여 곳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작은 영화관 숫자가 많지 않아 민간 시장과 마찰은 없지만, 상영관이 늘수록 주변 상업영화관으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작은 영화관 사업이 본격화한 2013년에는 전체 영화관에서 차지하는 좌석 비율이 0.08%에 불과했으나 2015년은 0.46%, 2016년에는 0.58%로 훌쩍 뛰었다.

작은 영화관은 올해도 줄줄이 개관을 앞두고 있어 좌석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주변 상업영화관의 반발은 불 보듯 하다.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인한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은 영화관이 상영을 대가로 내는 영화 부금(영화상영에 따른 수익배분)은 상업영화관의 65∼76% 수준에 머물고 있어 영화 배급사와 제작사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발표한 '작은 영화관 사업 효과성 연구'에서도 이를 지적하며, "작은 영화관 수익이 지역이나 영화관 발전에 환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영화 배급사가 받아야 할 정당한 대금이 지자체나 위탁업체 수익으로 전환된다는 불만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작은 영화관이 늘어날수록 상업 영화와 배급 시장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이다.

국내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작은 영화관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지자체나 위탁업체로 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적자가 난다면 모르겠지만, 수익이 나는 상황에서 양질의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금 비율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예매가 어려워요'…매표·시설 개선 필요

작은 영화관은 예매 시스템이나 부대시설 개선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지만, 상업영화관보다 크게 불편한 티켓 전산망은 관객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영화관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티켓 예매사이트는 영화관 전용 전산망이 아니어서 이용에 불편이 따른다.



작은 영화관 홈페이지에서 티켓 예매를 하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돼 번거로운 회원가입 절차를 거치거나 비회원 예매가 실행된다.

모바일은 별도 앱을 설치해야만 좌석 지정이 가능해 농촌 고령 인구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하나로 매표와 제휴·할인서비스, 좌석 지정 등을 할 수 있는 상업영화관의 예매 시스템보다는 크게 불편한 게 사실이다.

부대시설을 늘리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영화관 말고도 쇼핑몰과 식당가, 커피숍, 어린이 놀이방 등 편의시설을 갖췄으나 작은 영화관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단순히 영화 감상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소비를 즐긴다는 점에서 부대시설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작은 영화관 관람객 1천1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듯 '먹거리(3.01·5점 만점)'와 '주변 놀거리(3.03)' 항목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는 각 지자체와 위탁업체는 최근 관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예매 시스템 개선과 부대시설 설치를 고민하고 있다.

새로 들어설 작은 영화관 입지를 공원 주변으로 선정하거나 로컬푸드 직매장·도서관을 설치하는 등 멀티플렉스와는 차별화된 문화 공간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2014년 개관한 '완주 휴 시네마' 관계자는 "지역 주민이 문화를 향유하는 작은 영화관 취지에 맞춰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설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관객이 영화도 보고 로컬푸드에서 쇼핑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시설을 구축하고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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