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국립공원 관통하는 중국 철도 건설에 환경운동가들 격분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케냐 환경단체들은 중국 건설업체들이 나이로비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철도 개설공사를 강행하는 것에 반대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중국은 케냐 독립 이후 최대 사회간접자본시설 프로젝트의 하나로 나이로비 교외의 광활한 야생동물 보호지역을 통과하는 철로 연장 공사를 하고 있지만 지난 2016년부터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하지만 중국 공로교량공정공사 인부 수십 명이 지난주 무장 경비대원들의 경호 속에 국립공원 안에 경계막을 설치하고 크레인과 중장비를 동원해 철도 개설공사를 강행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은 1일 법원 판결에 따라 공사를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캐서린 추모는 "정말 실망스럽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냐 동물보호단체인 '와일드라이프 디렉트'의 법률담당 짐 카라니는 "우리가 여기서 목도하고 있는 것은 공사를 중단하라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정부"라고 비난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도심에서 7㎞만 벗어나면 사자와 하이에나, 기린 등 야생동물들이 도시권 확산과 인프라 건설 등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드넓은 자연보호지역을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몸바사에서 나이로비 국립공원 동부터미널을 잇는 총연장 483㎞의 1단계 철도 건설공사는 지난해 완공했다. 케냐 정부가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2단계 건설공사만 완공하면 전국이 철도로 연결되는 것이다.
설계 도면에 따르면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6㎞ 구간에는 8~40m 높이의 교량을 세워 철로를 깔 계획이다. 철도 당국은 또 교량 기둥을 나무 등으로 위장하고 소음공해 저감시설을 설치해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지난 2016년 정부가 일반인들의 참여 없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국립환경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건설공사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케냐 정부는 이에 맞서 지난해 국립환경법원에 이의가 제기되면 공사를 자동 중단토록 규정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고등법원에 항소했고 고등법원은 법률 개정을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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