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룡호 위치신호 사라졌는데도 피항했겠지…아쉬운 후속 조처
대형선박에 근룡호 위치 정보 안내하고도 신호 사라진 뒤 무관심
(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연안통발어선 근룡호(완도 선적·7.93t)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신호가 소멸하기 직전까지 해상관제센터(VTS)로부터 간접적인 관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이 신호가 사라진 근룡호를 보다 관심 있게 추적했더라면 승선원 2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는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근룡호는 지난달 28일 오후 1시 10분을 즈음한 시각까지 VTS로부터 대형선박의 순조로운 운항을 위한 간접 관제를 받았다.
당시 완도 VTS는 청산도 주변 항로를 지나던 한 대형선박에 AIS 신호로 파악된 근룡호 위치 정보를 제공했다.
VTS는 해당 선박으로부터 항해 중인 근룡호를 피해서 무사히 지나쳐간다는 응답을 받았다.
이후 VTS는 근룡호에 대한 위험 요인이 낮아졌다고 판단해 다른 선박 안전 관리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했다.
하지만 근룡호는 오후 1시 16분께 마지막으로 AIS 신호를 보낸 뒤 관제 화면상에서 사라졌다. 오후 4시 28분께 청산도 남쪽 약 6㎞ 해상에서 유조선에 의해 뒤집힌 채 발견됐다.
근룡호(14.5m)는 길이가 45m에 미치지 않는 소형 어선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VTS가 직접 관제해야 하는 선박이 아니다.
VTS가 근룡호 행적을 추적할 의무는 없지만, 풍랑주의보 내려진 바다에서 갑자기 신호가 소실된 어선을 끝까지 관심 두고 지켜봤다면 해경 구조가 일찍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해경은 당일 VTS와 경비함정을 통해 오전 9시 26분부터 근룡호를 포함해 연안을 오가는 어선에 피항계도방송을 했다.
일각에서는 VTS가 소형 선박까지 모두 챙길 수 없는 만큼 입출항 신고를 관리하는 해경 파출소라도 악천후 상황에서만큼은 관리 선박 위치를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해경은 파출소 기능을 구조안전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명분 아래 가칭 구조안전센터라는 새 명칭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안전센터에서 지난해 7월 파출소로 명칭을 바꾼 지 불과 7개월 만이다.
어민 A씨는 "단순히 서류만 접수하는 게 선박 입출항 관리 업무의 전부냐"라며 "풍랑이 일고 바다 상황이 나빠졌다면 신고된 선박에 대해서만이라도 제대로 피항 조처가 이뤄졌는지 확인했으면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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