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북 제재고통 느끼기 시작…중, 의류·수산물 차단"
"오가는 차량 급감…공장 문닫아 근로자들 실직"
"제재여파에도 북 핵·미사일 태도 바꿀진 여전히 의문"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의 고삐를 죄면서 북한이 제재의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중국 훈춘발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의류와 수산물 등의 중국 유입이 차단되면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북한 내에서 가격상승 현상 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북한 라선지역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던 중국인 기업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당국이 안보리 결의 이행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11월 공장 문을 닫았고, 공장에 종사하던 북한 근로자 2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 기업인을 인용, 북한 내에서 중국산 배터리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소 50% 이상 급등했고 안보리 제재로 수출이 막히면서 수산물 가격도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기업인은 라선 지역에는 자신과 같은 공장이 10여 개가 있고, 수천 명이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그들 모두는 현재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과 수산물 교역에 종사해오던 중국 측 인사들도 게와 오징어 등 수산물이 라선 창고에 수개월 동안 묶여있다고 전했다. 그들은 중국 당국이 지난 1월 극히 소량의 북한산 담배를 중국으로 반입하는 것도 막고 있다고 전했다.
훈춘에서 가계를 하는 한 중국 상인은 한 달에 25t의 북한 수산물을 판매하고 때로는 물건을 상하이까지 보냈지만 지난해 8월부터는 판매량이 70%나 급감했고, 수산물도 북한산보다 훨씬 비싼 러시아산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훈춘 취안허(圈河) 통상구에는 6개월 전만 해도 매일 아침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수백 대의 차량이 줄을 섰지만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강화로 최근에는 10여 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WSJ은 폴란드나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일하다 대북제재 여파로 귀국길에 오른 북한 근로자들이 평양으로 향하는 열차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북·중 접경지역 옌지에서도 많은 현지 기업들이 비자 만료가 끝난 북한 근로자들을 돌려보내고 있으며, 옌지 주변에서 북한이 운영하던 수개의 식당도 최근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접경지인 단둥에서는 북·중을 오가는 일일 교통량이 약 80% 급감했으며, 건너편 북한 신의주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오르고 밤낮으로 들어오던 전기도 하루 3~5시간 정도로 제한 공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그러나 이 같은 제재 여파에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미사일 전략을 바꿀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해킹이나 중동·아프리카 국가 등에 대한 무기 밀수출을 통해 달러를 계속 벌어들이고 있어 핵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원이 고갈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외무성은 1일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 담화에서 "아직도 제재와 압박이 우리에게 통한다고 생각하면서 이에 광적으로 달라붙는 트럼프 패의 처지가 가긍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진창이(金强日) 연변대 국제정치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바깥세계에 자신들의 내부를 보여주려 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에 더 강하게 압박을 가하려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많은 북한 주민이 굶주릴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