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장관 "국격 걸맞게 빈국 식량원조에 적극 나서야"
WFP와 식량원조 업무협약…"국제기구 한국인 진출 확대 위한 지원도 늘릴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걸맞게 개발도상국에 대한 식량원조 등의 지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만난 김영록(63)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세계 최대의 인도적 지원기관인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사상 최대 금액인 460억원(약 4천만 달러)을 공여,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에 식량 원조를 하게 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전날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WFP 본부를 방문해 집행이사회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을 만나 식량원조 업무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는 "한국은 과거 국제기구로부터 식량을 원조받은 수혜국가에서 빈국에 식량을 지원해주는 공여국가로 자리매김한 유일한 나라"라며 "이제 우리가 경제적, 정치·외교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며 국제사회에 (받은 도움을) 되돌려 줄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협약에 따라 앞으로 매년 4천만 달러를 WFP에 공여,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빈국과 개발도상국에 한국 쌀을 공급하게 된다. 올해는 하반기 중으로 시리아, 예멘,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5개국에 각각 1만t의 쌀이 지원될 예정이다.
김 장관은 2박3일 간의 로마 방문 기간 동안 비슬리 WFP 사무총장을 비롯해 호세 그라치아노 다 실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 등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한국인 직원들의 국제 기구 진출 확대를 위한 협조도 당부했다고 밝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출신으로 미국 정계에서 발이 넓은 비슬리 사무총장에게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해 줄 것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 실바 FAO 사무총장과는 한국 내 FAO 연락협력사무소 설치 문제를 협의하고, 이른 시일 내로 연락협력사무소 설치를 현실화하기 위해 상호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 우리 정부의 WFP 지원 사상 최대 규모인 460억원을 매년 기여하기로 한 이번 식량원조 협약 체결의 의미는.
▲ 과거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은 국제기구의 원조로 국민들이 가난을 일부 해결한 기억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이제 세계적인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뤘으니 개발도상국에 모범이 될 수 있는 국가로 변모했다. 이런 위상에 맞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식량원조협약(FAC)의 세계 16번째로 가입했고, 이 협약에 따라 매년 5만t의 쌀을 WFP를 통해 개도국에 지원하기로 했다.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국가는 한국이 사실상 처음이라 국제사회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쌀 재고가 많이 쌓여 있는 상황인데, 수급 안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 식량 원조 금액을 향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는가.
▲ 아직 우리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국제사회에 지원하는 규모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WFP의 국가별 공여액 순위에서 한국은 18위 정도에 머물러왔다. 이번에 4천만 달러를 지원하면 이 순위가 10위권으로 올라가게 된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이니만큼 여력이 되면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대북 인도적 지원의 중요한 주체인 WFP, FAO 수장들과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재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는가.
▲ 이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아 아직 논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미국 조야에서 발이 넓은 비슬리 WFP사무총장에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 우리나라가 국제기구에 분담하는 돈에 비해 여전히 각종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 직원 수가 적다. 이는 FAO, WFP 등 로마에 자리한 국제기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 이번에 WFP, FA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수장들을 만나 한국의 기여도에 맞게 더 많은 한국인 직원을 고용해 줄 것과, 한국인 직원들의 고위직 진출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부터 시작한 농식품 분야 청년 인턴 사업도 국제기구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상반기에 FAO에 우리 청년 인턴 8명, IFAD에 2명이 각각 파견될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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