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중국 HNA, 직원 10만 명 해고한다

입력 2018-03-01 17:11
'유동성 위기' 중국 HNA, 직원 10만 명 해고한다

문어발식 M&A 하다가 유동성 부족 심각해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문어발식 기업 인수의 후유증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국 HNA(하이항·海航) 그룹이 10만 명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뉴스 사이트 'REDD'가 1일 보도했다.

SCMP 등에 따르면 하이난(海南)항공을 운영하는 HNA는 인적자원 관리, 경영 지원, 자산 구조조정 등의 분야에서 10만 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 해고 대상에는 HNA가 매각하는 사업 부문의 직원도 포함됐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업 역사에서 최대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HNA의 주력 사업인 항공 부문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는 도이체방크 등 해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해 사세를 키웠으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 유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의 감시망에 올랐다.

중국 당국이 은행 대출 등 돈줄을 죄고 해외 각국에서도 HNA를 상대로 빗장을 걸고 나서면서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HNA는 최근 채권단에 올해 1분기 최소 150억 위안(약 2조5천억 원)의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HNA가 1분기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는 약 650억 위안(1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HNA의 총부채는 1조 위안(약 170조 원)에 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HNA 그룹 천펑(陳峰) 회장은 "외부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시기에 너무나 많은 인수·합병을 해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HNA는 도이체방크 지분과 해외 부동산 등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유동성 위기 해소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리 대출을 활용해 외국 자산을 거침없이 사들여온 HNA, 완다(萬達), 안방(安邦)보험, 푸싱(復星) 그룹 등을 과다한 부채와 외화유출을 일으키는 '회색 코뿔소'로 지목하고 돈줄을 죄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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