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구조에 기상 탓…해경, 세월호 이후도 변한 게 없다
3시간 동안 소형 어선 이상 발견 못 해 관제시스템 허점…완도 전복 사고 '아쉬움'
뒤늦게 현장 도착해 기상 때문에 하루 넘게 하세월
(완도=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지겠다고 다짐한 해경이 전남 완도 어선 전복 사고 대처에도 여전히 크게 부족한 모습을 노출했다.
선박 위치신호가 끊기고 3시간 동안 이상을 알아채지 못해 관제시스템에 여전히 문제를 드러냈다.
지나가던 선박의 신고를 받고 뒤늦게 구조에 나섰지만 기상 때문에 하루 넘게 별다른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근룡호 전복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달 28일 오후 4시 28분이었다.
근룡호 선박위치식별장비(AIS) 신호는 신고 접수 3시가 전인 오후 1시 16분 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감지되고 이미 끊긴 상태였다.
위치신호가 끊기고 신고 접수까지 3시간 동안 해경 관제시스템에서는 근룡호 이상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40m 이하 소형 어선으로 관제시스템에서는 수많은 배와 산재해 있어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신고 접수 약 1시간 30분 만인 오후 5시 47분 230t급 경비함정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높은 파도에 선체를 찾는 것 조차 어려웠다.
선체를 찾고 6시 31분 해경 구조대에 이어 수중 수색 잠수사가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구조팀이 단정을 내려 근룡호에 접근하려고 했으나 거센 풍랑 탓에 실패했다.
당시 수온을 고려하면 선원들이 3∼6시간 정도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위치신호가 끊긴 시점과 구조대가 도착한 시점을 고려하면 이미 '골든 타임'은 넘었다.
이후 기상 악화로 별다른 진척이 없었고 사고 해역 도착 약 10시간 만인 1일 오전 3시 33분 수중 진입을 시도해 선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내에 심한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어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진입하지는 못했다.
도착 14시간 만인 오전 7시 32분과 7시 49분 선내에 진입, 조타실에서 선원 2명 시신을 인양했다.
이후에도 거센 풍랑 때문에 선내 진입을 못하고 수색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기상 악화로 선체에 펜스나 그물을 설치하지 않아 시신 유실도 우려된다.
대안으로 선체를 예인선으로 안전 해역인 청산도 남쪽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유실 우려로 답보 상태다.
이날 밤부터 기상이 호전될 것으로 보여 결국 본격적인 수색은 신고 접수 하루가 지나서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선박에서 이상·조난신호가 없었고 배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작은 배까지는 살필 수 없다"며 "기상이 나빠 수색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