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총선 앞두고 예비각료 인선 발표

입력 2018-02-28 19:28
이탈리아 반체제정당 오성운동, 총선 앞두고 예비각료 인선 발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창당 9년 만에 집권을 노리는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내달 4일 총선을 앞두고 예비 각료 인선을 공개했다.

당을 이끌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는 27일 오성운동 집권 시 핵심 장관을 맡은 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특정 정당이 과반 득표를 한 역사가 없는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총선 이후에야 각 정당들의 본격적인 합종 연횡이 시작되고, 이를 기반으로 내각 인선이 이뤄지기 마련이라 오성운동의 이번 조치는 정가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좌와 우로 나눠진 기성 정치 체계를 부정하며 시민들에 의한 투명하고,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정치 운동으로 출발한 오성운동은 현재 지지율 28%선을 나타내며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그러나 유럽연합(EU) 경제 규모 3위의 이탈리아를 직접 통치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당내 인재 또한 부족해 내각을 제대로 꾸리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에 지속적으로 직면해왔다.

디 마이오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이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고, 오성운동의 집권 의지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예비 내각 명단을 미리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 중퇴자인 디 마이오 대표도 2013년 총선에서 26세의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돼 다른 사회 경험이 일천한 터라 다른 정당들로부터 일국의 총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처지다.

오성운동은 이날 노동부 장관에는 경제학 강사인 파스콸레 트리디코, 농업부 장관에 전 농업부 관리자 아레산드라 페셰, 공무·탈관료주의 장관에 법학과 교수인 주세페 콘테를 선임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또한 외교, 국방, 내무장관으로는 여성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성운동은 당초 기성 정당과는 손을 잡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으나, 총선 이후 정책을 중심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우파연합이 37%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 확보에는 못미칠 것으로 보여 선거 다음날부터 각당의 '짝짓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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