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자들의 무질서·경복궁 시대를 세우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여자들의 무질서 = 캐럴 페이트먼 지음. 이평화·이성민 옮김.
근대 민주주의 이론에서 여성이 배제됐다는 사실을 규명해 '여자들의 문제'를 젠더가 아닌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고 제안한 책. 원서는 약 30년 전에 출간됐고,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힌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국제정치학회장을 지낸 저자는 17세기 서양에서 '개인들'은 '남자들'을 한정해 지칭하는 용어였다고 설명한다. 자유와 평등에 기초해 완성한 민주주의 이론이 실제로는 '거세된 형태'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홉스를 제외한 고전적 사회계약 이론가들은 자연적 자유와 평등을 남성만이 가진 생득적 권리라고 주장했다"며 "그들은 성적 차이를 정치적 차이로 구성했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정치학자들이 빈번히 여자를 비정치적 존재로 묘사했고, 남자가 여자보다 유능하다는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성관계에서 여자의 거절은 체계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그는 "여자들의 동의 거절은 절대 액면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가 아직도 널리 퍼져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미투' 가해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전통적 충고인 셈이다.
책의 제목은 루소의 글에서 따왔다. 루소는 여자들은 무질서한 본성 때문에 정치적 삶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도서출판b. 348쪽. 2만2천원.
▲ 경복궁 시대를 세우다 = 장지연 지음.
고려 후기 공양왕(재위 1389∼1392) 때부터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때까지의 역사를 통해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이 만들어진 과정을 조명했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궁궐과 도시 계획을 연구하는 장지연 대전대 교수는 경복궁을 '권력 공간'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경복궁에는 고려라는 구체제와의 단절과 새로운 권위의 부여, 부패하지 않은 권력의 계승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한 나름의 답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선의 새 도읍지 선택, 정종의 개경 천도, 태종의 한양 환도 등 일련의 사건을 살펴보고, 경복궁 전각에 붙은 명칭의 의미를 설명한다.
경복궁은 임금에게 '크나큰 복'이 주어지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지만, 역사적으로 경복궁에서 생활한 왕은 많지 않았다. 조선 후기에는 임진왜란 때 완전히 파괴돼 약 270년간 폐허로 있었다.
저자는 고종의 경복궁 중건에 대해 "당시 시대정신과 현실의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개혁 방향을 담고 있지 못했다"며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미란다는 권위에 균열을 가져올 뿐이다"라고 평가한다.
너머북스. 30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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