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잠잠해지니…지자체들, 대보름 행사 개최 '눈치 작전'
인접 지역끼리도 취소, 축소, 강행 엇갈려…내부서도 이견
예방 효과 의문…"추세 꺾였어도 방역 관리는 철저히 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겨울을 관통하면서 올해도 전국 정월 대보름(2일) 세시 풍속행사가 축소됐다.
그러나 한동안 AI가 잠잠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사 개최 결정은 엇갈리고 있다.
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올겨울 들어 첫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현재까지 확진 농가는 총 18곳으로 지난달 8일 충남 천안 이후 추가 발생은 없다.
경기, 충남, 전북, 전남 등 올겨울 AI가 발생한 지역은 물론 미발생지에서도 상당수 대보름 행사가 취소됐다.
광주 칠석 고싸움 놀이축제는 애초 1∼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다음 달 14∼15일로 연기됐다.
광주를 대표하는 정월 대보름 행사인 이 축제는 지난해에도 AI 파동에 '장미 대선'까지 이어져 계절이 초여름에 가까운 5월 20일에야 열렸다.
경기 남양주시, 경남 함안·합천·거창군, 충북 영동·보은군 등도 대동제, 달집태우기 등 세시 풍속행사를 취소했다.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김천시, 군위·의성·칠곡·성주군 등 5곳은 대보름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충남에서는 예산군은 행사를 취소했지만, 서산시와 태안군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지자체들은 행사장 주변에 소독 발판 등을 설치해 AI 발생에 대비하고 소방 공무원들을 배치해 산불도 감시할 예정이다.
지자체들이 자율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미묘한 눈치작전이 벌어져 인접한 지역끼리도 개최 여부가 엇갈리기도 했다.
전남 기초단체 관계자는 "행사 개최를 결정하면서 다른 시·군 동향을 파악하기는 했다"며 "우리 지역은 이번 겨울 AI가 발생하지 않았고 전남 전체로도 지난달 10일 이후 추가 발생이 없어 행사를 열되 방역을 단단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남 기초단체 관계자는 "거의 주민들끼리 여는 소규모 행사이고 외부 초청 인원도 없는 만큼 AI 차단 방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달집태우기 역시 평상시에도 정례적으로 여는 행사로 들불로 번질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자체 내부에서 이견도 일부 노출됐다.
방역 담당 부서에서는 대체로 행사 자제를 요청하지만 시·군, 읍·면에서는 한해를 시작하며 풍년을 기원하고 주민 화합을 도모하는 행사 의미에 무게를 둔다.
연초 해맞이 행사가 상당수 취소됐고 초겨울이나 지난해와 비교해 AI가 심각하지 않아 대보름 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AI 발생 추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여 시·군 등 자율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다만 AI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행사장 주변 방역 관리에는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봉규, 장영은, 박영서, 박주영, 이승형, 박병기, 손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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