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국, 툴루즈 공항 지분 추가 매입 반대"

입력 2018-02-28 16:07
프랑스 "중국, 툴루즈 공항 지분 추가 매입 반대"

추가 매각 약속 번복…마크롱 "경작지 매입 규제 새 제도 만들 것"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프랑스 정부가 국내 주요 공항의 대주주가 되려는 중국 자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이 프랑스에서 농업은 물론 산업계까지도 마구잡이식으로 먹어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나와 주목된다고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스에서 5번째로 붐비는 툴루즈 공항은 에어버스 본사가 있는 산업 지역에 있어 그 의미가 각별하다.

중국 국영 산둥고속집단유한공사와 홍콩 프리드먼퍼시픽애셋매니지먼트로 구성된 지주회사 '카실유럽(Casil Europe)은 툴루즈 공항의 지분 49.99%를 이미 사들인 상태다.

카실유럽은 여기에 더해 오는 4월부터는 추가로 10.01%의 지분을 더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부여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지분 10.01%를 추가 매각하기로 했다가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부유한 중국 침입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이런 조치가 취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툴루즈 공항 지분 40%를 공동 소유하고 있는 지방정부와 지역상공회의소는 카실유럽이 지난 2년간 벌어들인 수익 1천100만 유로(119억 원 상당) 가운데 일부를 재투자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배당 극대화를 노리고 공항 시재금 가운데 1천500만 유로(162억원 상당)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중부 프랑스 알리에주(州)에 중국 투자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현지에서는 중국이 프랑스의 상징인 바게트를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동산업과 화학제품 생산업, 식품업을 망라하고 있는 중국 리워드그룹은 이 지역에서 900헥타르의 밀밭을 구매했다.

현지 농민 브루노 비프는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중국은 먹거리를 필요로 하고 있고 이곳 프랑스에서 생산해서 중국으로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 일고 있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프랑스 중앙정부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구매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수백 헥타르의 농경지를 외국 자본에 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잔치 때문에 프랑스가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2010년부터 해외에 경작지를 사들이는 데 무려 760억 달러(82조3천억 원 상당)를 쓴 것으로 미국 정부 분석 결과 나타났다.

중국이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경작지는 10%에 불과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은 최근 보르도 지방의 와인 농장들 가운데 2%를 사들였다.

알리에주 의원 장-폴 뒤프레뉴는 "이곳을 찾은 중국 자본가들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식품을 생산하고 이를 수출하고 소비하도록 한다면 이는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프랑스 경작지를 더 많이 사들이게 된다면 이는 프랑스의 국권(國權)을 뒤흔들게 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자칫 프랑스가 중국의 빵 바구니(bread basket)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워드그룹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프랑스 내 8개 농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중국 제빵 체인 벤처기업에 밀을 공급하고 있다며 "프랑스 농장이 중국 식탁에 오르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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