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보장 안되면 핵합의 탈퇴할수도"…이란서 강경 기류 고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할 수 있다고 예고한 시한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란 측에서도 강경 기류가 고조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노바크트 이란 정부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우리의 국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핵합의를 계속 이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이 핵합의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면서 "이란 정부는 국민과 국익에 기반을 둬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핵협상 실무에 직접 참여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22일 이란도 핵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아락치 차관은 이날 런던을 방문,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 초청돼 "핵합의에 대한 미국의 혼란스러운 정책이 계속되고, (서방의) 회사들이 이란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핵합의는 이익이 없다"면서 "그렇다면 우리도 핵합의를 지킬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는 기업들이 이란과 일하는 데 독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을 조성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이 지나가고 제재 유예가 연장되더라도 이런 식으로는 핵합의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그간 미국 정부의 핵합의 파기 위협을 비판하면서도 합의에 참가한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과 협력해 이를 유지하겠다면서 '파기'라는 용어를 되도록 피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부 기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 정부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2015년 7월 역사적으로 핵협상을 타결했다.
그 덕분에 이란은 제재로 제한됐던 원유, 천연가스 수출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 제재가 여전한 데다 핵합의로 이란과 거래할 수 있게 된 유럽 금융기관조차 핵합의가 이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미국 정부의 '무언의 압박'에 이란과 거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물경제의 혈관 역할을 하는 금융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면서 이란이 핵협상에 합의하면서 바랐던 경제적 이득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핵합의 파기 움직임 탓에 이미 승인된 에어버스, 보잉의 여객기 도입 계약조차 불투명해졌다.
이란은 자신이 먼저 핵합의를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엔 변함없지만, '자국의 이익'을 핵합의 유지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핵합의의 성과에 대한 이란 내 보수세력의 비판이 거세지고 민생고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이란 정부가 먼저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공세를 방어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약속했던 핵프로그램 제한을 준수하는지 분기별로 사찰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달 22일 이란이 이를 준수했다고 10분기 연속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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