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시진핑 장기집권 개헌' 최초 보도했다 '된서리'
편집자 해고되고, 엄중 감찰받아…개헌 관련 보도 전면통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추진을 최초로 보도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와 빈과일보(빈<초두머리 아래 頻>果日報)가 28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25일 오후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2연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개헌이 이뤄지면 시 주석은 장기집권할 수 있게 된다.
짧은 영문 뉴스로 나간 이 소식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저명 학자와 기업인 등이 공개 성명을 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정부 입장을 범죄로 취급하는 중국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정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곧바로 보도통제에 나섰다.
중국 내 소식통들은 "당 최고위층이 국가주석 임기와 관련된 뉴스를 별도로 내보낸 신화통신에 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극적인 보도를 삼가고, 외국 언론이 인용할만한 뉴스는 내보내지 말라는 구두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신화통신은 물론 인민일보, 중앙(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의 개헌 관련 뉴스에서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개헌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는 천편일률적인 내용만 보도될 뿐이다.
당국은 보도통제에 이어 신화통신에 대한 '단죄'에 나섰다.
한 소식통은 "당국은 신화통신의 보도를 중대한 '정치적 실책'으로 보고 있으며, 편집자와 관련 책임자의 해고는 물론 차이밍자오(蔡名照) 신화통신 사장의 자아비판과 문책에 나섰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순시조도 신화통신에 대한 3개월간의 감찰을 벌이고 있어 '정치적 오류' 등에 대해 엄중한 감찰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화통신에 대한 '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통상 신화통신의 중국어 뉴스와 사진 보도는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의 검열을 받지만, 영문 등 외국어 뉴스는 상대적인 자율권을 누려왔다.
개헌 관련 소식을 다룰 때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라는 가장 중대한 뉴스를 별도로 내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이를 빌미 삼아 신화통신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에 나서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인터넷 차르'로 불렸던 루웨이(魯위<火+韋>) 전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신화통신 출신이라는 점, 차이밍자오 사장이 시 주석의 미움을 받는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인 데다 부패 혐의로 낙마한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부장과 가까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국이 이번 개헌 보도를 계기로 이러한 신화통신 내의 '잔존 세력'을 일소하려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 인사는 "이런 상황에서 신화통신이 어떻게 제대로 보도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고, 자신감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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