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수능 수학 출제범위 두고 문·이과 모두 '시끌'

입력 2018-02-27 18:08
수정 2018-02-27 20:22
2021수능 수학 출제범위 두고 문·이과 모두 '시끌'

자연계 기초소양 부족 우려…인문계 학습부담 가중 논란

입시업계 "정시 준비 수험생, 이과 부담 줄고 문과는 늘듯"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가형의 시험 범위를 기존보다 줄이고, 수학 나형은 늘리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빠지면 학생들의 기초소양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학 나형에 기존 출제범위에 없던 '삼각함수' 등이 들어간 것은 수험생 부담 최소화라는 교육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공계 기초소양 부족·인문계 학습부담 '우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종배 의원실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달 24∼26일 온라인 카페 등에서 학생·학부모 등 7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능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제외하는 것에 88.2%가 반대했다고 27일 밝혔다.

기하 제외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67.8%가 '이공계 기초과목이므로 반드시 배워야 함'을 꼽았고 29.4%는 '수능이 쉬워져서 정시 축소·학종전형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비해 기하 제외에 찬성한 응답자는 11.8%였는데, 절반 가까이가 학습 부담 경감을 이유로 들었다.

앞서 교육부가 1월 23일∼2월 4일 학부모·교사·교수·학회 등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천119명 가운데 84% 이상이 기하 제외에 찬성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수능전형을 유지하고 복잡한 과학기술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려면 기하를 수능 출제범위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교육분야 시민사회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 나형에 수학Ⅰ이 포함되면서 삼각함수 등의 범위가 추가된 것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얹어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걱세는 "수학 나형은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가 범위에 포함됐는데 이는 교육부가 '현행 범위를 유지하되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는 학습 부담 완화를 위해 범위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교과 안에서 학습량이 늘지 않도록 일부 단원만 출제할 수 있는데 교육부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사걱세는 기하를 시험 범위에 포함하면 고2∼고3 2년 동안 최소 5단위 과목 5개를 이수해야 한다며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제외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 입시업계 "학습부담, 이과 줄고 문과 늘어날 것"

기하가 수능 이과 수학 출제범위에서 제외된 것은 1994학년도 수능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벡터 역시 과학고·영재고 등에서 공부하는 전문교과과목이 되면서 시험 출제범위에서 제외됐는데 입시업계에서는 학생들이 어렵게 느꼈던 '기하와 벡터'가 빠져 자연계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학 나형의 경우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를 출제범위로 해 기존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수학Ⅰ에 추가된 단원인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단원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이런 내용이 포함되면 학생들이 공부에 쏟는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다른 영역의 학습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수학의 출제범위가 늘어나는 것이 단순히 수학 점수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시험점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다른 영역의 학습량이 늘어 사회탐구 등 타 영역 상위권 동점자가 증가한 것으로 입시학원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1학년 때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과 2학년 때 주로 배우는 일반선택과목을 중심으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바뀐 출제범위에 맞게 학습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심화과목인) 진로선택과목은 학교별로 개설 과목이 다를 수 있어 우선은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 중심의 학습 계획이 중요하다"며 "기하는 정시모집에서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학종전형의 경우 수강 여부와 성취도가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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