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실 보물창고에 있는 가구는 의자왕의 하사품일까

입력 2018-02-27 17:19
일본 왕실 보물창고에 있는 가구는 의자왕의 하사품일까

국립문화재연구소, 3월 7일 '쇼소인 유물' 심포지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에는 8세기에 창건돼 1천2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왕실의 보물창고 '쇼소인'(正倉院·정창원)이 있다.

쇼소인에는 모두 9천여 건의 유물이 있다고 전하는데, 아직도 전모는 드러나지 않았다. 나라국립박물관에서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특별전을 통해 60∼75점이 공개되지만, 종합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쇼소인 유물은 대부분 일본제이지만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재도 다수 있다. 화려한 바둑판, 신라시대 묵, 백동가위, 신라촌락문서 등이 한국 유물로 흔히 거론된다.



쇼소인 유물 중에는 불교 공양물 보관장으로 짐작되는 '적칠문관목주자'(赤漆文<木+觀>木廚子)라는 가구도 있다.

쇼무(聖武) 천황이 756년 세상을 떠난 뒤 도다이지에 헌납된 보물을 정리한 목록인 '국가진보장'(國家珍寶帳)에는 '적칠관목주자'와 '적칠문관목주자'가 나오는데, 적칠관목주자는 백제 의자왕이 내대신(內大臣)에게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적칠관목주자는 오늘날 남아 있지 않고, 아무런 기록이 없는 적칠문관목주자만 쇼소인에 보관돼 있다. 적칠문관목주자는 과연 7세기 백제 유물일까.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처럼 한국 고대사의 수많은 비밀을 풀어줄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쇼소인을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을 3월 7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연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쇼소인에 있는 백제와 신라 유물을 새롭게 조명하고,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박남수 신라사학회장은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를 통해 본 신라 물품 교역에 대해 발표하고, 나이토 사카에(內藤榮) 나라국립박물관 학예부장은 한반도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쇼소인 유물을 설명한다.

이어 이난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한국 관련 유물의 칠공(漆工) 기법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고, 히가사 이쓰토(통<木+通>笠逸人) 나라국립박물관 연구원과 신숙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는 각각 쇼소인의 신라 사경과 백제 유물에 대해 논한다.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쇼소인 금속공예 연구 현황을 발표하면서 향후 연구 과제도 제시한다.

최 교수는 "쇼소인 유물 조사 기구를 일원화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그 결과는 정확하게 목록화하고, 일본과의 공동 연구와 유물 교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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