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희생자를 질병 사망 행려자 규정 보고서에 분노"

입력 2018-02-27 15:16
수정 2018-02-27 17:04
"부마항쟁 희생자를 질병 사망 행려자 규정 보고서에 분노"

항쟁 관련 네 단체 회견 "총체적 부실 최종 보고서 채택하면 안 돼"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민주항쟁 경남동지회, 부산대 10·16 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2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진상보고서(안)은 최종 보고서로 채택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 보고서가 부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형식 모두 정부 위원회의 보고서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애초부터 박근혜 정부는 부마민주항쟁의 진상규명에 적극성을 띠지 않았고 위원회 예산과 인력은 왜소하고 활동은 지극히 소극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4개 단체는 여러 차례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했고 촛불항쟁과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위원회 전면 재구성과 보고서 작업 중단을 요구한 바 있었으나 위원회는 어떤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관련자 1천500여명 중 겨우 153명 만이 명예회복 및 보상을 받는 저조한 실적과 총체적 부실 보고서다"며 최종 보고서로 채택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현 위원회 위원들이 부실한 활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및 보상을 위한 사업 시한은 연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1979년 10월 19일 옛 마산시 산호동 골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부마민주항쟁 희생자로 알려진 유치준 씨 아들 성국 씨가 유족 대표로 참석, 이번 보고서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성국 씨는 "(이번 보고서에는) 부친 얼굴에 구타와 폭력 흔적으로 후두부가 깨져 있었고 눈에는 멍이 들고 퉁퉁 부어 있었으며 코와 입에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는 경찰의 1차 보고서는 완전히 무시됐다"며 "외상이 없는 자발성지주막하출혈사, 즉 질병으로 사망한 행려자로 규정해 정상 매장절차를 거쳤다고 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허위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측과 상상만으로 기록된 보고서가 과연 국민혈세로 막대한 자금을 들인 공식 보고서라고 인정하겠느냐"며 "지금까지 조사했던 조사실무위원들의 조사보고서와 위원들의 회의록을 즉각 국민에게 공개하고 은폐된 부친 관련 허위보고서를 즉시 폐기하라"면서 위원회 위원장 이하 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성국 씨는 "부마민주항쟁을 폄하시키려는 과거 세력을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한 발짝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재조사를 통해 변질되고 은폐된 항쟁의 역사를 새롭게 기록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철저한 감시자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부마민주항쟁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해 출범했던 위원회는 3년여 만인 지난 23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 등은 '경찰과 군의 폭행으로 인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확인하였으나 사망자 발생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는 부분 등 위원회 조사결과에 대해 "진상조사가 아니라 부마항쟁 정신에 반하고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진상 은폐보고의 대표적인 사례다"며 부실한 보고내용을 문제 삼았다.

위원회는 오는 4월 이 보고서 최종 채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 등의 반발이 계속될 전망이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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