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미술품 수집가 자녀들의 600억원대 유산 쟁탈전

입력 2018-02-27 15:20
중국 고미술품 수집가 자녀들의 600억원대 유산 쟁탈전

왕츠촨 미술품 상속권 놓고 아들·딸·손자, 양보 없는 전쟁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중국계 미국인 왕츠촨이 생전에 수집한 6천만달러(642억원) 상당의 중국 고미술품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절도 의혹과 형제간 소송전, 부정거래 의혹에 대한 폭로전이 한창이다.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에이미 탄이 쓴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인간 드라마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법원의 판결까지 나왔지만 이 대하소설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왕츠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청나라 시대(1644-1911년) 왕궁에서 사라진 미술품을 비롯해 중국 고대 미술품 수집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수집한 작품들은 대부분 뉴욕의 미국 최대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그의 주요 소장품으로는 북송(北宋·960-1127년) 왕조를 포함한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의 그림과 남송(南宋·1127-1279년) 왕조 시대 사서 필사본과 앨범 크기의 그림 등이 있다.



그러나 왕츠촨 소장품 가운데 수십 점이 사라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7일 미국 법원 자료를 인용해 왕츠촨이 사망하기 직전 그의 소장품들이 상하이(上海)와 뉴욕의 금고에서, 그리고 그의 병석 밑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그의 수중에서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실종된 미술품의 행방을 놓고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왕츠촨의 아들 왕서우쿵과 손자 앤드루 왕, 그리고 왕츠촨의 딸 킹옌쿠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킹옌쿠는 15년 전부터 조카 앤드루와 소송을 벌인 끝에 최근 뉴욕 법원에서 아버지 왕츠촨의 유산에 대한 관리권을 넘겨받았다. 그녀는 지난 2003년 7월 부친 사망 직후 왕저우쿵과 앤드루가 제시한 유언장에 따라 상속권을 빼앗겼다. 하지만 킹옌쿠는 97세 부친의 유언장이 사망 몇 개월 전 노환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들 가족의 껄끄러운 관계는 킹옌쿠가 지난 1949년 중국 본토에 공산정권이 수립되는 와중에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외아들인 왕서우쿵은 연로한 친척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중국에 남아 1979년까지 공장에서 힘들게 일했다. 그래서 왕서우쿵은 누나 킹옌쿠가 '특혜받은 어린이'로 자랐다고 주장하며 '뼈저린 경멸감'을 키워왔다고 킹옌쿠는 주장했다.

왕서우쿵은 킹옌쿠가 아버지의 은행 계좌와 미술품에 대한 접근을 봉쇄하자 아버지가 생전에 이미 킹옌쿠의 유산 상속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킹옌쿠는 지난 1990년대부터 미술품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미술품에 대한 관리권을 자신에게 완전히 넘겼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미술품들이 사라진 것은 왕서우쿵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맨해튼 유언 검인 재판소는 지난주 킹옌쿠의 손을 들어줬다. 모든 재산 관리권을 딸에게 넘긴다는 왕츠촨의 이전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버지가 소장했던 6천만 달러 상당의 미술품들도 킹옌쿠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왕서우쿵과 아들 앤드루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들은 왕츠촨의 마지막 유언장이 그의 최종적인 유언임을 인정해 달라며 항소할 계획이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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