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잇따르는 문화예술계…"빈곤 틈타 부당한 성적 요구"
"송사 대비 증거확보 필수…공익목적이면 처벌 안받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인 67%의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일자리나 후원을 제시하며 성관계를 강요하는 부당한 대가성 요구가 업계에 만연해 있다."
신희주 영화감독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더 많은, 더 큰 #미투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배역 선정이나 원고 청탁 등의 권한을 지닌 권력자들이 막 업계에 진입한 문화예술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해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얘기다.
신 감독은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용인하는 오랜 관행도 문화예술계에 성폭력이 빈발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수많은 예비 예술가들은 어릴 때부터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예술작품에 노출되며 그로 인해 왜곡된 성의식을 학습한다. 예술이라는 가림막 너머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문화권력에 균열을 내기 위해 인권을 보장하는 정부 주도의 예술정책 실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에 합류할 때 법적 다툼에 대비한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유림의 이선경 변호사는 "미투 이후에 발생할지 모르는 명예훼손 피소에 대비할 필요도 있고 피해자가 이후 성폭력으로 고소를 결심할 수도 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증거를 챙기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을 폭로한 미투 사례를 들어 명예훼손죄 성립 조건을 설명했다. 폭로에 대상이 특정됐고 강제추행 등 사실을 적시한 만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비방 아닌 공익목적이라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게시한 글의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고, 그 폭로가 단순히 이윤택 감독을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로 말미암아 추가 피해를 막고 사회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과 같은 공익적 목적'에서 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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