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더 높아진다는데…고민 커지는 한국은행

입력 2018-02-27 13:18
수정 2018-02-27 13:40
미국 금리 더 높아진다는데…고민 커지는 한국은행



다음 달 미국 금리 인상 시 10년 7개월 만에 역전

통화정책 입지 좁아져…"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다음 달 한미 금리 역전이 유력해졌다. 10년여 만에 미국 정책금리가 더 높아지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우려는 크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통화정책에는 커다란 금리 인상 압박요인이 등장하는 셈이다.

국내 경기여건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27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한미 금리 역전이 눈앞에 다가온 모양새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 달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 예정이다.

다음 달 회의에서 연준은 현재 연 1.25∼1.50%인 정책금리를 1.50∼1.75%로 올릴 것이 유력하다.

전망대로라면 한미 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역전한다.

통상 한미 금리 역전 때 가장 큰 우려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이다.

선진국보다 투자 안정성은 낮은데 수익률인 금리도 낮아지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한국에서 자금을 빼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유출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한은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된 1999년 7월∼2001년 3월에 외국인 자금은 147억 달러, 2005년 8월∼2007년 9월엔 75억 달러 각각 순유입됐다.

금리 차가 외국인 투자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국가 신용등급이나 기업 실적, 장기 경제 전망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외환보유액이 상당한 수준이고 경상 수지도 상당폭 흑자가 지속하는 점, 외국인 채권 자금 주체 중 장기투자 행태를 보이는 공공 자금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는 점에 있다.

국내 금리 인상 기반이 조성되지도 않았는데 외부 여건 때문에 등 떠밀려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견고한 경제 성장세, 물가 상승률 확대에 힘입어 미국은 올해 정책금리를 3∼4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경기 상황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3%대 성장률 전망이 나오지만 과열을 우려할 정도의 경제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1.8%에서 1.7%로 내렸다는 점이 이런 진단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장기간 내외 금리 차를 방치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내외 금리 차가 지나치게 벌어지거나 한미 금리가 장기간 역전될 경우 금융시장엔 상당한 부담이 된다.

평상시에는 별 영향이 없다가도 내외 금리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면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국내 시중금리가 덩달아 올라 긴축효과가 날 수 있다.

이는 국내 경제 회복의 불씨를 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금리가 역전이 된다고 바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지는 않지만 양국 기준금리가 과도하게 벌어진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생긴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린다면 한국도 경기 상황을 떠나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다음 금리 인상 시기는 올해 중반은 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총재가 교체된 직후인 4월이나 지방선거를 앞둔 5월 금리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올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3회가 될지 4회일지는 미국의 고용, 물가 상황 전개에 달라지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연계해 한은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 방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포함해 경기, 물가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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