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대통령, 6살배기에 "전장서 순교하면 예우받아" 발언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6살 여자아이에게 전장에서 전사하면 예우를 받게될 것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4일 TV로 방송된 집권당 '정의개발당'(AKP) 대회에서 군복을 입고 밤색 베레모를 쓴 채 군중 사이에 서 있던 6세 소녀를 보고는 무대 위로 불러냈다.
아민 티라스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무대 아래서 입술을 떨며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로 꼿꼿하게 선 채 경례를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민을 향해 손짓하자 누군가가 이 소녀를 번쩍 들어 올렸고, 아민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아민은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울고 있는 이 소녀를 향해 "만약 이 아이가 순교한다면, 터키 국기로 덮이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는 "그녀는 모든 것에 준비돼 있다, 그렇지 않니?"라고 물었다.
이 아이는 "네"라고 대답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민의 얼굴에 입을 맞춘 뒤 무대 아래로 내려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우리를 아프린으로!"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터키는 시리아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아민이 쓴 '밤색 베레모'는 이 작전에 투입된 터키 특수부대의 별칭이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는 어린아이를 두고 '순교'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충격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아동 학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장악한 터키 주요 언론은 아민의 눈물에 주목하는 대신 "그녀는 모든 것에 준비돼 있다"고 기사 제목을 뽑거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는 아민을 달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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