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조건' 샅바싸움 돌입…정부 '중재외교' 본격화
이르면 주중 한반도본부장 방미, '김영철 방남' 결과 설명·북미대화 방안 협의
<YNAPHOTO path='C0A8CA3C00000161CF513C2500169D30_P2.jpeg' id='PCM20180226000018038' title='' caption='[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의 '대화 용의' 표명에 미국이 '적절한 조건(right condition)하의 대화'로 응수하면서 북미가 대화 재개에 앞서 치열한 샅바 싸움에 돌입한 양상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계기에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지난 25일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해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밝혀 향후 북미대화 여부가 주목된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의 최근 행보가 제재·압박의 성과인 만큼 압박을 지속해 최대한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인식과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북한이 대화를 하자고 한다고 해서 미국이 '그래 좋다'며 바로 호응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찌 보면 북미 간에 대화를 앞두고 샅바 싸움이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언급한 '적절한 조건'은 결국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하거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선언 등으로 '성의'를 보이는 등의 선제적 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미국과의 대화 용의 입장을 확인하면서 전제조건 같은 것을 내건 것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한도 기본적으로 '비핵화 불가' 기조 속에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핵관련 대화의 조건으로 사실상 주장해 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작년 8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거론하는 이른바 적대시 정책의 포기는 1차적으로 대북 제재의 완화 또는 해제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결국 북미가 '샅바싸움'에서 끝내지 않고, 본 경기로 들어서게 하려면 미북 양쪽과 공히 소통 채널을 가진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양상이다.
양측 사이에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아내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단계적·포괄적 협상의 프레임을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해 북미가 만날 '중립지대'를 만드는 노력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을 미국에 보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북미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토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26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등 남북 고위급 인사들의 오찬 회동에도 참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외교관은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선언했기 때문에 비핵화를 하겠느냐'는 생각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합의인 9·19 공동성명(2005년), 2·13합의(2007년) 등이 있는데 그 프레임으로 하든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합의를 만들든지 어떻게 하든 북한과 '비핵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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