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00] '문재인 vs 홍준표' 대리전 양상 경남지사에 여야 총력

입력 2018-03-04 06:13
수정 2018-03-05 07:48
[지방선거 D-100] '문재인 vs 홍준표' 대리전 양상 경남지사에 여야 총력

여야후보 6명 출마선언…현역의원 등 '히든카드' 여전히 안갯속

보수서 중도·진보로 민심이동 조짐…'보수 텃밭' 사수냐, 탈환이냐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대선에 출마하려고 지사직을 사퇴한 이후 경남지사 자리는 11개월째 공석이다.

홍 대표는 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가려고 공직자 사퇴시한을 불과 3분 남긴 지난해 4월 9일 밤 11시 57분 도의회 의장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대선과 동시에 도지사 보선이 이뤄지려면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도지사 궐위 통보를 4월 9일 자정 이전에 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다음날인 오전 8시께 하도록 '꼼수 사퇴'를 해 보궐선거를 무산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를 두고 대선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한국당에 대한 유권자 반감이 큰 상태에서 대선과 함께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더불어민주당에 지사 자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경남 도정은 지금까지 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꾸려지고 있고, '포스트 홍준표' 결정전은 지방선거까지 미뤄졌다.

◇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고향…여야 "물러설 수 없다"

장기간 '경남 여당' 자리를 지켜온 한국당으로선 경남지사 자리를 반드시 지켜야 하고,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만큼은 빼앗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두 당은 상대 후보를 먼저 보고 그에 대응하는 후보를 내 필승한다는 계산 아래 아직 메이저급 후보 확정은 미루고 있는 형국이다. 상대방에 내 패를 먼저 보여주지 않겠다는 신경전이 지속하면서 후보 확정은 최대한 미뤄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경남지사 선거에서 홍 대표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등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여당으로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치르는 첫 전국단위 선거에서 대통령 연고지인 부산·경남에서 승리해야 국정개혁 추진동력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부산시장과 함께 경남지사 선거 필승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경남지사 선거에선 홍준표 후보가 58.85%를 얻어 36.05%에 그친 김경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홍 후보가 22.8% 포인트 차로 무난하게 당선했지만 지난해 조기 대선에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당과 민주당의 경남지역 득표율 격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좁혀진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당시 37.24%를 얻어 문재인 대통령 36.73%보다 0.51% 포인트 차로 겨우 앞섰다.

보수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경남에서 문 대통령이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득표율 차이는 미미했다.

보수 성향이 강했던 경남에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중도와 진보 성향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번 도지사 선거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당 일각에선 최근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경남 등 영남에서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막상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 보수 결집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표시를 꺼리던 '숨은 보수'들이 투표장에선 불안한 진보를 심판하고 안정희구 세력으로 뭉칠 것이란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경남은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고향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고향은 거제이고 사저는 양산에 있다. 홍준표 대표의 고향은 창녕이다.

어느 선거든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그런 점에서 경남지사 선거는 여야 모두에 특별하고 민감한 격전일 수밖에 없다.



◇ 여야 6명 출마선언…'거물 후보'는 아직 베일 속

경남지사 빈자리를 놓고 10명 이상의 후보군이 거명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6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지난달 6일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7월 일찌감치 자신을 지지하는 모임인 '공감포럼'을 창립한 공 전 시장은 지난 1월 '걸어서 16분'이라는 제목의 저서 출판기념회에 이어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여권 대표 주자로의 도약을 노린다.

한국당을 탈당해 지난 1월 15일 민주당에 입당한 권민호 거제시장은 보름 뒤인 같은 달 31일 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자서전 '권민호의 희망이야기-미래는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다'라는 제목의 책 출판기념회를 한 데 이어 조만간 시장직을 사퇴하고 선거 행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 전 시장과 권 시장이 본선으로 진출하려면 당내 경선이라는 1차 관문을 뚫어야 한다.

한국당에서는 기성 정치 혁신을 내세운 강민국 도의원이 지난해 12월 18일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국의 마크롱'이 되겠다며 선거전에 뛰어든 그는 40대의 패기와 도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무기로 18개 시·군을 순회하고 있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선 전 의원은 '첫 여성 경남지사'를 내세워 지난해 11월 29일 일찌감치 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역임 등 중앙 정치 무대 경험 등을 내세워 도내 전역을 누비고 있다.

안홍준 전 국회의원은 지난달 7일 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의원을 하면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을 지낸 그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활동 등의 이력과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대표 공약으로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남해군수를 지낸 하영제 전 농식품부 차관은 행정전문가임을 강조하며 지난달 5일 출사표를 냈다.

그는 그동안 정치인들이 도맡아 온 경남도정을 행정전문가가 차근차근 분석하고 보완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논리로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 '히든카드' 언제 꺼내나…현역의원 출마 땐 구도 급변

출마를 선언한 이들 외에도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적지 않아 여전히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현역 국회의원 출마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민주당에서는 문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의원이,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의 출마 여부가 관심을 끈다.

이들이 출마한다면 여야 모두 '전략공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 이미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선거판은 이들을 중심으로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초선인 김경수 의원은 지금껏 "국회의원 임기를 그만두고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고성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선 "PK(부산·경남)에서 승리를 뒷받침해야 선거 뒤 문재인 정부 2기에서 수많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혀 자신이 필승카드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민주당 당규에는 단체장 후보 경선에 나서려면 선거일 120일 전까지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김 의원은 아직 김해을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지사 선거에 나서려면 당이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당 당무위원회 의결이 있는 경우에는 달리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어 김 의원을 놓고 전략공천 또는 경선 참여를 결정할 수는 있으나 김 의원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홍 대표의 절대적 신뢰를 받는 윤 의원도 최근 "당 은혜를 입고 4·5차례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나서지 않으니 본인이라도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힌 바 있어 출마결심을 굳혀가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홍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홍준표에 대한 재신임을 걸고 경남지사 선거를 치르겠다. 재신임에 걸맞은 사람을 후보로 정해서 같이 한 번 뛰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의원에 대해선 "4년 4개월 경남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윤 의원과 3년 동안 함께 일했다"고 각별한 신임을 드러냈다.

홍 대표로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던 박완수 의원에게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권유했다가 박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표명하자 대안으로 윤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시절 경남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홍 대표와 두 차례 격돌을 벌였던 박 의원은 불출마 입장 표명 이후에도 아직 당내 후보 선정 절차가 남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지역 정가에선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14일 성실한 국회의원직 수행 등을 이유로 불출마 입장을 밝혔으나 "6·1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등 여운을 남겼다.

한국당 윤한홍·박완수 두 현역의원이 최종 결심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경남지사 선거판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도로공사 사장을 역임한 김학송 전 국회의원도 주변에서 출마 권유를 받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여영국 도의원이 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중당 등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b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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