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변하나…남자부 농구경기에 여성 입장 사실상 허용
이란-이라크 남자 농구 경기 여성 300여명 이례적 관전
지난달 사우디, 축구경기장에 사상 처음 여성 관중 허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여성 관중이 남자부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여성 관중 약 300명이 25일 저녁 테헤란 아자디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이라크의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농구대회 남자부 예선전에 여성 관중 300여명이 입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보기 드문 여성 관중의 열렬한 응원 덕에 이란이 홈 경기에서 낙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여성은 여자부 경기에만 입장할 수 있다. 이날 비록 남성 관중과 분리된 구역에서 관전했지만 남자부 경기가 벌어지는 스타디움에 여성 관중이 입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성에 대한 이런 예외가 있었긴 했지만, 이란 주재 외교단 소속의 외국이나 선수의 가족, 취재진 등으로 한정됐다.
이란농구연맹은 공식적으로는 경기 전 선수의 여성 가족이 입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가족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아무나 무료입장하도록 해 사실상 일반 여성의 입장을 묵인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란 여성 농구팬은 자유스럽게 밝은 표정으로 응원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보수적인 이란 국영매체도 여성 관중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
파리데 쇼자히 이란농구연맹 부회장은 25일 협회 홈페이지에 "여성들이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면서 "이란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기장에도 여성이 입장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장단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날 여성 입장을 허용했다"면서 "축구협회와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쇼자히 부회장은 여성이다. 이란에선 농구가 축구, 배구와 함께 인기가 높다.
이란의 이런 변화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에 여성 입장을 허용한 이후 나온 움직임이라 주목된다.
양국은 적대적 경쟁국이지만 이슬람 수니파(사우디)와 시아파(이란) 종주국으로서 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라는 공통점을 지닌 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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