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GM 노조 장외투쟁, 사태 해결에 도움 안 된다

입력 2018-02-26 18:33
[연합시론] 한국GM 노조 장외투쟁, 사태 해결에 도움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한국GM 회생 여부의 변곡점인 제너럴모터스(GM)의 '신차 배정'을 앞두고 한국GM 노조가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한국GM 노조는 27일 전북 군산시청 앞에서 '일방적 공장폐쇄 GM 자본 규탄 및 30만 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28일에는 서울 종로구 주한 미 대사관 맞은편에서 같은 내용의 집회를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기로 했다. 지난 23일에는 인천 부평공장에서 비슷한 집회를 열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 8일 올해 임금·단체협약협상을 했으나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에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GM 본사는 인건비·복지후생비 절감을 통한 노조의 고통분담과 한국공장 신차 배정을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GM은 3월 초 전 세계 생산공장을 대상으로 어느 공장에서, 어떤 차종을, 얼마나 생산할지 배분하는 '글로벌 신차 배정' 계획을 확정한다.

한국공장에 어떤 차종이 배정되느냐는 한국GM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요소다. GM이 우리 정부에 금융·세제 지원을 요구하면서 28억 달러를 신규 투자하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생산할 차종의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공장 신차 배정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정부와 정치권 등에 신차 2개 차종 배정을 거론하며, 한국에서 연간 50만대 생산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정부지원 여부나 내용, 노조의 고통분담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GM은 정부지원 방안이 마련되고 노조도 고통을 분담하면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실사 결과와 GM이 내놓을 경영개선 계획을 전제로 짜일 정부지원 방안이 신차 배정 시한 안에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 결국, 노사의 임단협 결과가 신차 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GM 노조가 대화보다 투쟁을 앞세우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근로자 고용과 복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노조 입장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장외투쟁 계획을 접고 서둘러 노사 협상에 나서기 바란다. 노조는 지난 23일 GM 본사의 자본투자 확약, 차입금 출자전환, 신차투입 로드맵 등 정부와 사측에 요구하는 9개 항을 더불어민주당 '한국GM 태스크포스(TF)'에 전달했다. 대외적 입장은 이미 밝힌 셈이니 이제는 시선을 안으로 돌려야 한다. 군산공장 폐쇄를 몰고 온 경영부실의 원인과 책임을 따지고 싶으면 임단협 과정에서 물으면 된다. 그러나 GM의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한국의 대당 제조원가가 가장 높다고 한다. 그런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회사 경영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노조도 그대로 인정하고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한국GM은 지난 22일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등이 포함된 올해 임단협 교섭안을 팀장급 이상 직원과 공유했다. 향후 임금인상을 회사 수익성 회복에 따라 전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안에서 결정하고, 학자금 지급·중식 제공 등 복리후생도 대폭 축소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노조도 얼마 남지 않은 신차 배정 시한 등을 고려해 서둘러 협상에 나서는 것이 좋다. 지금 투입 여부가 거론되고 있는 정부지원은 국민의 혈세다. 노조가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부지원은 검토하기조차 어렵다. 노조가 이런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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