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약 처방·조제 실수로 사망 최대 매년 2만여 명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영국 병·의원과 약국 약 처방과 조제 실수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연간 2만2천여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 의뢰로 이른바 '투약 실수'(drug errors) 실태 조사에 나선 맨체스터대학 등 3개 대학 전문가들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제출했다.
연구팀은 2007~2017년 사이 나온 투약 실수 관련 연구논문 36편을 체계적으로 분석·평가했다. 이 논문들은 지역 국민보건서비스(NHS : 영국 공공의료기관) 병·의원과 민간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분석결과를 영국 전역과 다른 의료 및 요양시설 등으로 확대 적용하면 투약 실수는 연간 2억7천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다.
물론 이 가운데 4분의 3은 처방 및 조제와 환자에게 약을 건네기까지의 시간이 정상보다 1시간 이상 늦어진 사소한 '잘못'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것이었다.
이는 최소 4분의 1은 크든 작든 해를 끼쳤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런 실수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직접 사망자만 잉글랜드에서 71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직·간접 원인을 포함, 영국 전체의 의료 및 요양시설의 투약 실수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천700명, 최대 2만2천303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약 실수에 따라 NHS가 각종 비용으로 연간 16억 파운드(약 2조4천억원)를 추가 지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약 실수 유형으로는 복용량을 너무 많거나 적게 처방하는 경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 둘 이상 약을 병용할 경우에 약효가 떨어지거나 상승작용으로 위험할 수 있는 경우 등이 많았다. 특히 노인 환자, 여러 질병을 앓고 여러 약을 병용하는 경우에 위험사례가 더 흔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보건사회부 장관은 "영국과 세계적으로 이런 투약 실수로 인해 전적으로 예방 가능한 위험과 사망 발생 수가 생각하던 것보다 끔찍한 수준으로 높고 훨씬 더 큰 문제임이 드러났다" 고 말했다.
헌트 장관은 이에 따라, 의사와 약사, 의료기관이 처방·조제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해 조제 내용과 실수 여부를 미리 상호 점검할 수 있는 제도와 전자처방시스템 도입확대 등의 대책을 NHS에 지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투약 실수를 "전 세계 보건의료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주요 건강 손상 요인이며 피할 수 있는 위해 요소"라면서 향후 5년 동안 그 위험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투약 실수 피해 줄이는 법 = 가디언은 연구결과가 섬뜩하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생률은 매우 낮아 너무 걱정해 공황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다면서 소비자가 투약 실수와 약물 오남용 피해를 줄일 방법을 몇 가지 소개했다.
1. 가급적 단골약국을 이용하라. 여러 약국을 이용할 경우 약사가 복용 약과 약물 교체 여부 등 환자에 대해 잘 몰라 실수 확률이 높아져서다.
2. 약사에게 약물 내용과 부작용 등이 일반적인지 등을 물어보라.
3. 인터넷을 믿지 마라. '닥터 구글'(Dr. Google)에게 묻고 스스로 판단해 인터넷으로 사는 것보다는 전문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을 대면하고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4. 오래된 약을 집에 놔두지 마라. 6년 전 처방받은 항생제를 증상이 유사하면 먹어도 좋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위험하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